세컨더리 펀드, 증권사 리테일 전략상품 '부각' IMM인베 상품 거래…대형사 중심 저변 확대
윤종학 기자공개 2024-04-15 08:41:47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5:47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세컨더리펀드가 리테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펀드 만기를 앞두고 청산하고 싶은 수요와 할인된 가격에 세컨더리 딜에 참여하려는 수요가 맞물리면서다. 아직 기관투자자 비중 대비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자금모집 여력이 큰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세컨더리펀드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MM인베스트먼트가 설정한 세컨더리펀드에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일부 투자금을 소화했다. 각 증권사별로 70억원 안팎을 배정받아 총 200억원의 리테일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더리 펀드는 운용사나 벤처캐피탈사가 기존에 투자했던 포트폴리오 회사의 주식을 재인수하는 상품이다. 세컨더리 투자자 등 신규 출자자와 새로운 펀드를 설립하고 기존 펀드로부터 전체 또는 일부 자산을 인수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그 동안 세컨더리 펀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펀드 사이즈가 수천억에 이르는 만큼 펀딩 규모가 적은 리테일에서 참여하기는 쉽지 않았다. 또한 통상 캐피탈콜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자금을 지속해서 넣을 수 있는지에도 의구심이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증권사 신탁에서 리테일 자금을 미리 모아 신탁업자로 투자에 참여해 세컨더리 펀드에 리테일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리테일에서 세컨더리 펀드에 투자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며 "위벤쳐스, IMM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 리테일 자금을 받는 곳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리테일 시장의 세컨더리 투자 움직임은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처음으로 인수하는 프라이머리 시장의 위축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앞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플랫폼, 바이오 등 비상장 종목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으며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밸류에이션이 다시 낮아지며 투자회수를 위한 IPO에 이르지 못하는 종목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비상장 기업에 프라이머리 투자를 단행했던 운용사나 벤처캐피탈들은 엑시트가 어려워지며 묶인 자금을 유동화할 수 있는 세컨더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만기가 가까워진 펀드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할인해서라도 엑시트하고자 하는 니즈가 커진다. 예컨대 10종목 중 7종목은 엑시트했지만 3종목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경우 이미 엑시트한 종목에서 일정부분의 수익률을 냈기 때문에 일부 종목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해도 펀드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형태로 펀드들이 만들어지는 만큼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기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 규모를 20조원까지 추정하기도 한다"며 "세컨더리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상장 포트폴리오를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컨더리 투자의 경우 초기 투자에 참여하는 것보다 투자 기간이 단축될 공산이 크다. 설령 상장에 성공하지 못한 종목이라도 운용사나 벤처캐티탈 등이 꾸준히 관리해온 자산인 만큼 IPO 요건 등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장과 초기 투자자의 눈높이 차이가 상장 허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할인된 가격에 매입해온 세컨더리 펀드에서는 상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수익화 시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을 선호하는 리테일 시장에서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오히려 상장 전 단계인 프리IPO 투자보다 이른 시기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수 있어 비상장 투자에 참여해왔던 초고액자산가 중심으로 세컨더리 펀드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번 IMM인베스트먼트의 펀드에 참여한 리테일 고객도 15억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초고액자산가들로 알려졌다.
다만 리테일 시장에서 세컨더리 투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단기간에 리테일 투자자 비중이 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세컨더리 투자 자체가 프라이빗뱅커(PB) 사이에서도 생소한 상품인 까닭에 마케팅 자체가 쉽지 않다. 개인투자자에게 세컨더리 투자를 제안하기는 더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상품 구조를 단순화하는 마케팅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탁 비히클을 활용해 투자된 만큼 자금 회수 과정을 단순화 시키면 리테일 고객 유치에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선호되는 방식은 7년 만기를 가정했을 때 3년안에 원금 수준을 회수하고 이후 수익을 비정기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펀드 내에서 엑시트한 종목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한 차례 원금 수준의 분배를 하고 이후 상장 종목별로 수익을 나눠준다. 이는 3년 안팎에 투자원금을 회수하고 4년 동안 추가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으로 개인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봐도 세컨더리 투자를 고객에게 연결시켜줄 만한 인력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투자단계부터 어느 정도는 하방이 닫혀있는 상품인 만큼 차별화된 상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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