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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alk]<쿵푸팬더4> '가성비 제작'의 사정제작예산 급감, 1.5억달러→8500만달러…드림웍스 공격적 비용감축 영향

고진영 기자공개 2024-04-26 07:35:1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쿵푸팬더 시리즈는 드림웍스 애니메니션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드림웍스는 픽사처럼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진 못하지만 팬더 '포'의 모험은 다른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에서 찾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다. 코믹함과 무협의 정수가 이루는 유쾌한 균형이다.

2008년 첫 번째 <쿵푸팬더>를 만들 때 애니메이터들은 작품에서 무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직접 쿵푸와 태극권 수업을 듣기도 했다. 단순히 '무술 패러디' 영화로 끝나지 않기 위한 드림웍스의 노력은 박스오피스 대흥행으로 보답받았다.

거의 10년 만에 돌아온 <쿵푸팬더4>를 관객들은 여전히 반겼다. 추세를 보면 전 세계에서 수익 5억달러를 가볍게 넘길 전망이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는 이유는 대폭 줄어든 제작비용에 있다.

◇박스오피스 5억달러 돌파 육박

<쿵푸팬더4>는 21일(현지) 월드와이드 기준으로 4억8040만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중 북미에서 판매한 티켓이 1억8007만달러로 37% 수준, 다른 국가들의 경우 집계가 열흘가량 늦지만 3억32만달러를 기록했다. 또 국내는 4월 10일 개봉한 이후 22일까지 객 126만1221명(118억원)이 이 영화를 봤다.


쿵푸팬더 시리즈는 누적 박스오피스 매출이 23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이다. 2008년 <쿵푸팬더>가 6억3000달러, 2011년 <쿵푸팬더2>는 6억6400만달러, 2016년 <쿵푸팬더3>가 5억21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4편 역시 개봉 주말에만 북미에서 5799만달러치 티켓을 팔면서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1편(6024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오프닝 성적이고 최종 수익은 3편을 쉽게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확 낮아진 예산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시리즈 중 가장 좋을 전망이다.

<쿵푸팬더4>는 제작비용이 850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들은 모두 1억3000만~1억5000만달러를 들였지만 이번엔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손익분기점(BEP)이 대충 2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는데 북미 관객만으로도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급작스러운 제작비 감축은 최근 드림웍스의 달라진 사업 방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컴캐스트 인수, 비용감축 기조의 시작

드림웍스는 2016년 미국 최대 케이블TV 회사인 컴캐스트에 인수됐다. 컴캐스트는 자회사 유니버설픽처스를 통해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고 있었으나 비중은 크지 않았는데, 드림웍스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인수 이후 눈에 띄는 변화는 비용 전략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7년부터 10년간 드림웍스의 작품 목록을 보면 애니메이션 한편당 1억4000만~1억7000만달러 안팎을 꾸준히 썼다. 하지만 컴캐스트 인수 이듬해인 2017년 이후 제작비가 1억달러를 초과한 작품은 <드래곤 길들이기 3>와 <보스 베이비> 2개 뿐이다.


심지어 <드래곤 길들이기 3>은 전편보다 예산이 약 2000만달러 줄었고 <보스 베이비>도 2편 제작비용은 8200만달러로 축소됐다. 비용 감축 기조가 뚜렷하다. 컴캐스트에 인수되면서 일루미네이션과 한 지붕 아래 있게 된 것도 전략 수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크리스 멜러댄드리
일루미네이션은 디즈니 픽사나 드림웍스와 비교하면 애니메이션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꼽힌다. 20세기 폭스 애니메이션 회장이었던 크리스 멜러댄드리(Chris Meledandri)가 2007년 폭스를 떠나면서 설립했다.

멜러댄드리는 폭스에서 <호튼>, <아이스에이지> 등을 제작했던 인물이다. 비용을 최소화해도 히트작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는 프로듀싱 방식으로 잘 알려졌다. 실제로 <아이스에이지>는 고작 5900만달러를 들였지만 3억9600만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일루미네이션이 빠르게 클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저렴한 제작비에 있다. 7000~8000만달러 남짓한 제작비로 <미니언즈>, <슈퍼배드(Despicable Me)> 등 히트작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첫 흥행작인 <슈퍼배드>는 제작비의 8배에 육박하는 티켓을 팔았다.

일루미네이션 설립 역사상 제작비가 1억달러 이상 투입된 영화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뿐이다. 딱 1억달러를 써서 13억6000만달러 넘게 벌었다. 드림웍스가 만든 <꿀벌 대소동>이 1억5000만달러를 들이고도 매출이 2억9000만달러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자체제작 '아웃'…혼합 프로덕션 도입

하지만 최근 드림웍스는 일루미네이션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컴캐스트가 드림웍스를 인수한 이후 멜러댄드리가 드림웍스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것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드림웍스의 <슈렉> 프랜차이즈를 봐도 멜러댄드리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부활시킨 이후 제작비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드림웍스 대변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약 70명의 인력을 정리해고 하기도 했다. 또 <쿵푸팬더4>를 비롯해 <와일드 로봇> 등 대형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기존 직원의 고용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적인' 인력 감축이 진행 중이다.

긍정적인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쿵푸팬더 시리즈를 둘러싼 전망이 마냥 좋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쿵푸팬더4>는 전작들과 비교해 비평적으론 가장 차가운 반응을 얻었다. 비용을 아끼면서 풍부했던 시각적 효과가 엽서 그림처럼 평면화 되고, 무협의 핵심인 액션 시퀀스도 생동감을 잃었다는 평이다.

전작들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무적의 5인방(Furious Five)' 역시 <쿵푸팬더4>에선 자취를 감췄다. 무적의 5인방 목소리를 연기하는 안젤리나 졸리(타이그리스), 성룡(몽키), 루시 리우(바이퍼), 세스 로건(맨티스) 등의 출연료를 아끼기 위한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포'와 '무적의 5인방'

이밖에 드림웍스는 제작 방식마저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작품을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있는 사내 스튜디오에서 자체 제작해왔다. 하지만 이제 '혼합 프로덕션(mixed production)' 모델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작품 질을 유지하면서 제작비는 줄이겠다는 취지인데, 세금 혜택이 있거나 비용이 저렴한 지역의 파트너 스튜디오에 아웃소싱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쿵푸팬더 시리즈가 계속 나오더라도 드림웍스에서 자체 제작한 작품은 <쿵푸팬더4>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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