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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는 왜 어도어 이사회를 견제 안했을까②[지배구조]완전모회사 지위 양보, 경영진 견제 장치 미흡 평가

이지혜 기자공개 2024-04-29 07:30:19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 대한 지배력과 뉴진스 IP(지식재산권)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시장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어도어의 지배구조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상식적으로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은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보유한 지분의 네 배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결의는 물론 정관 변경까지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건 이사회 장악력이다. 현재 어도어 이사진에는 하이브의 핵심 관계자가 포진되어 있지 않다. 어도어 이사진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배경이다. 보통 비상무이사 등을 배치해 모회사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구조가 무조건 문제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그동안 성공적으로 작동한 배경이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기 때문이다.


◇어도어 지분 20% 민희진에 왜 넘겼나

2023년 말 기준으로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은 257만6000주(지분율 80%)다. 2022년 말까지만 해도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을 100%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해 1분기에 지분율이 떨어졌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20%를 민 대표를 포함한 기타 주주에 팔면서다. 당시 민 대표는 어도어 지분 18%에 해당하는 주식 57만3160주를 샀다. 매입 가격은 11억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부가 기준 어도어 주식 가격은 주당 6693원으로 지분 18%는 약 38억원 정도인데 이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어도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민 대표는 또 풋옵션(매수청구권)까지 확보했다. 하이브는 2023년 1분기 보고서에 “어도어의 비지배지분 20% 일부에 대해 풋옵션을 부여하는 주주간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며 “일정 조건이 충족하면 거래상대방이 보유한 비지배지분 20%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민 대표에 지분을 넘긴 것은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뉴진스 출범을 앞두고 민 대표에게 어도어 지분을 값싸게 팔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더 보장하되 동기부여를 강화, 책임경영을 실현토록 유도하려 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하이브가 민 대표를 전혀 견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식기준보상의 권리 행사 기준을 대폭 높였다. 하이브는 신주교부, 자기주식 교부, 차액지급 등의 주식기준보상책을 운영하고 있는데 권리 행사가능시점을 재직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다른 레이블들이 주식기준보상 권리 행사가능시점을 여전히 2년 이상 재직으로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어도어는 2021년 말 설립됐기에 이런 기준을 충족하려면 2026년 말이 돼야 한다. 제아무리 어도어를 설립했어도 주식기준보상에 따라 어도어 지분을 추가 취득하려면 2026년 말이 돼야 한다.

◇민희진 측근으로 구성된 어도어 이사진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만으로는 어도어 경영진을 견제하기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하지 않은 점을 이번 사태의 발단으로 바라본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모회사가 자회사를 완전히 장악하려면 지분율 뿐만 아니라 이사회를 장악해야 한다”며 “다른 주주가 있다면 이사회는 모회사뿐 아니라 다른 주주의 이해도 고려해야 하기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가 모회사의 의사결정에 완전히, 신속하게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모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는 편을 택한다. 1인 주주 회사, 즉 완전모회사는 이사회 소집과 주주총회 개최 등 절차를 실제 거치지 않아도 사실상 결의를 진행할 수 있다. 주주총회 의사록만 작성하면 된다.

상법에서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절차를 명시한 건 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완전모회사는 주주가 1인이라 주주 의사에 합치하면 법적효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어도어 지분를 넘기면서 이사회에 하이브 핵심 경영진을 심지도 않았다. 현재 어도어 이사회는 3인으로 모두 민 대표의 최측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 대표는 어도어 지분을 취득한 뒤인 2023년 4월 25일 신동훈 부사장과 김예민 수석 크레이이티브 디렉터 등 ‘민희진 사단’으로 불리는 인물을 어도어 사내이사에 올렸다.

신 부사장과 김 디렉터는 둘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민 대표와 함께 일한 인물이다. 신 부사장은 경영기획을 맡고 있으며 김 디렉터는 민 대표와 함께 아티스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민희진 해임까지 '수 개월' 소요 전망, 법적 공방전 될까

이런 구조는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을 견제하는 데 발목을 잡고 말았다. 실제로 하이브는 민 대표를 어도어 대표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는데도 아직까지 이사회조차 열지 못했다. 어도어에 30일까지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를 소집하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어도어 이사회가 주주총회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법원 판단을 거쳐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까지 수 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면 하이브는 계획대로 현재 이사진을 해임할 수 있게 된다. 상법에 따라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 혹은 정관을 개정해 하이브 측 인사를 이사회에 대거 포진시켜 민 대표와 그 측근을 배제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임기 만료 전 이사를 정당한 이유없이 해임한다면 해당 이사는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에 또다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브가 실력을 행사해 민 대표를 내보낸다고 해도 여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멀티 레이블 체제의 핵심 운영방침인데 이를 어기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지키면서도 자율성 훼손이라는 명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어도어 사태를 해결하고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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