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월 제약·바이오 업계의 화두는 HLB의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을 두고 시장의 흐름이 요동칠 것이 뻔했다. 승인을 받으면 조단위 국내 최대 신약이 탄생한다. 반대로 불발된다면 시장 전체로 파장은 불가피했다.17일 오전 9시에 나온 결과는 불발. 보완요구서한(CRL)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한 결과는 아니었다. 장 시작과 함께 HLB그룹 상장사 8곳이 일제히 하한가를 맞았다. 미국 허가 기대감으로 최대 22조원을 넘었던 시총은 단숨에 11조원으로 반토막 났다. HLB는 곧바로 후속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시장 동요를 막으려 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업권 전체 우려도 컸다. 과거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와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사태 등 굵직한 업계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제약·바이오의 주가가 썰물처럼 빠졌던 경험 때문이다.
실제 2019년 신라젠의 간암 치료제 ‘펙사벡(Pexa-Vec)’의 임상중단 뒤 제약·바이오 주식은 급격히 요동쳤다. 신라젠 주가가 하한가로 떨어졌고 셀트리온(-4.11%), 셀트리온헬스케어(-2.64%), 셀트리온제약(-1.85%) 등 '셀트리온 3형제'를 비롯해 헬릭스미스(-5.77%), 메디톡스(-5.95%), 휴젤(-2.44%), 제넥신(-5.92%), 메지온(-3.58%), 에이비엘바이오(-8.77%) 등 주요 제약·바이오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부 대형주의 시총은 7000억원 이상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HLB 사태에 따른 업권 전체의 내상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17일 당일 코스피 의약품 지수 하락률은 1.6%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외부 리스크에 취약한 코스닥 제약지수는 12.0% 하락했지만 일주일새 대부분 주가를 회복했다.
HLB 사태가 과거와 달리 제약·바이오 산업에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도 된다. 해외 대형 투자사들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파트너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외국계 투자자는 "한국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 면에서도 최고 역량을 갖춘 바이오기업이 다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여전히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가 갈길은 멀다. 오너 경영에 치우쳐 협업에 부정적인 분위기, 턱없이 작은 조달시장 역시 극복해야할 과제다. 단숨에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할 순 없다. 그럼에도 이번 변화가 제2의 반도체로 우리나라를 지탱할 핵심 업권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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