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라인메탈, EU·북미 '오랜 파트너' vs 한화, EU·중동 '신흥 협력자'[사업전략]②지리·역사로 승부하는 라인메탈, 현지화·확장성으로 맞서는 한화에어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5-05-14 10:44:0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15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산 사업에서 '현지화'는 협상의 핵심 카드다. 한번 계약이 체결되면 장기간 이어지고 매출 규모도 크기 때문에 판매자보다는 구매자가 협상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라인메탈의 힘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한 오랜 파트너십과 지리적 이점, 그에 따른 지역 이해도에 있다. 유럽과 미국은 방산 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기도 했다. 여전히 지상방산 부문에서는 라인메탈이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후발주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확장성으로 맞선다. 유럽을 넘어 중동과 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권역별 맞춤 현지화 전략을 통해 수출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현지화를 원하는 방산 시장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기고 있다. 한화에어로가 점차 두각을 드러낸 배경이다.
◇라인메탈 강한 EU·북미, 바짝 추격하는 한화에어로
라인메탈은 유럽 최대의 방산국인 독일 태생이다. 업력은 130년이 넘는다. 두 번의 대전에서 핵심 무기였던 지상방산의 강자다. 독일과 영국, 헝가리 등에서는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라인메탈이 올해 방위산업 박람회에서 내건 슬로건은 'Freedom needs Enablers(자유에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유럽과 미국의 방산 조력자가 라인메탈이라는 자신감이다.
지리적 강점을 살려 유럽 곳곳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뒀다. 헝가리가 대표적이다. 2020년 약 20억 유로 규모로 링스(Lynx) 보병전투차 209대를 발주하며 라인메탈과 합작 공장을 설립했다. 우크라이나도 라인메탈과 합작 방위사업체를 설립해 뒀다. 이런 기반 덕분에 미국 진출도 수월했다. 미국 방산 산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데 라인메탈은 인지도를 이용해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화에어로는 후발주자이지만 주요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선진 시장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탐색 중이다. 오랜 파트너십이나 '빅 네임'을 통한 영업에서는 라인메탈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대형 계약을 따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라인메탈이 동유럽에서 수혜를 입는 가운데 한화에어로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와의 대형 계약이 대표적이다. 폴란드는 K9 계약이 세 번, 천무가 두 번에 이를 만큼 단골 고객이다. 폴란드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의 설립 계약도 체결했다. 또 루마니아에서 K9 자주포 생산을 위한 공장 부지도 정했다.

호주도 또 다른 격전지다. 한화에어로는 궤도형 장갑차 레드백으로 승부를 봤다. 호주 질롱 공장(H-ACE)을 통해 내년부터 레드백을 본격적으로 양산해 호주 군에 공급한다.
미국 시장은 자회사 한화오션으로 두드린다. 특수선 분야에서는 한화에어로와 자회사 한화오션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MRO) 능력이 있어서다. 현지 생산이 가능한 조선소도 보유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과의 만남에서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아직 미국 대상의 수출 실적이 미미하다는 점이 현 시점에서는 전화위복이 됐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사실상 '무풍지대'가 되면서다. 특수선 분야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진출로 국내 기업에 과도한 세금을 매길 명분이 없다.
◇'규제 없고 현지 맞춤형' 한화 무기, 중동 시장에서 앞선다
중동은 글로벌 무기 수입의 약 4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라인메탈은 중동 수출 이력이 있고 간접 매출을 올려왔지만 한때 협력이 금지되면서 영향력이 다소 줄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관계가 제한적이다. 사우디는 과거 미국의 최대 방산 수출국일 만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규모가 큰 매출처다.
정치적 배경 때문이다.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유럽과 북미 국가들이 사우디에 무기 수출을 중단했다. 카슈끄지가 미국 국적이었던 만큼 미주와 유럽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멘 분쟁도 중동 수출을 망설이게 한 이유다.
독일이 선두에 서서 무기 수출을 멈췄고 자연스럽게 자국 회사인 라인메탈도 수출 제재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며 일부 국가와는 면책 등의 협의가 진행되며 여파가 줄었지만 한동안 군용 트럭 등의 납품 일정이 정부의 승인 이후로 밀렸다. 지난해 독일 정부가 사우디에 대한 전투기 수출 제한을 해제하는 등 규제가 완화됐지만 영향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수출 규제가 없었던 한화그룹은 중동 국가에 영업과 전시 참여 등을 진행하게 됐다. 유럽, 미주 국가들의 수출이 중단된 시기 옛 한화디펜스의 무기 비호-II 방공 시스템이 사우디에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중동 맞춤형 전략은 파이낸싱과 현지 생산, 기술 이전의 복합체다. 이집트와의 계약은 한국수출입은행이 구매 대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K9자주포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집트에서 현지 생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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