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10주년 줌인]샛별배송이 바꾼 기준, 큐레이션이 입증한 성장 공식①역성장 없이 10년간 매출 730배 성장, 이익 기반 플랫폼 전환 본격화
정유현 기자공개 2025-05-16 07:38:37
[편집자주]
브랜드는 색을 입는다. 컬리가 선택한 '퍼플' 컬러는 브랜드의 상징이자 정체성이 됐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을 담아 샛별배송을 의미하는 동시에,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경험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품질'과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며 성장해온 컬리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더벨은 컬리의 성장 발자취를 돌아보고 다음 10년을 향한 전략과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5일 08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가들의 창업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좋은 기회를 포착해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생활 속 불편함과 결핍에서 비롯된 '필요'가 창업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브라이언 체스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세를 내기 어려워 거실을 빌려주며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 단순한 공간 공유에서 출발했지만 숙박의 개념 자체를 바꾼 플랫폼으로 확장됐다.컬리의 창업자 김슬아 대표 역시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생활 속 불편이 창업의 계기였다. 좋은 식재료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기 위한 아이디어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으로 발전했다. 소비자가 장을 보는 방식을 바꾼 것은 유통업계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고 컬리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컬리는 '프리미엄 마켓'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투자 부담으로 한동안 적자가 이어졌지만 최근 3년간은 내실 강화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다져왔다. 올해는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지피며 재도약을 향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새벽배송 경쟁력의 출발점, 물류·큐레이션으로 진입장벽 구축

배송의 편리함을 넘어 컬리는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가성비를 넘어선 감성 소비를 자극했다. 단순히 판매 제품 수를 늘리기보단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에 더 높은 비중을 뒀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상품의 특징과 유래, 관리법, 추천 레시피 등을 상세히 제공했다. 그동안 이커머스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시했다.
컬리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의 출발점은 상품을 고르는 기준이었다. 매주 대표를 포함한 MD, 마케터, 에디터, 물류 담당자 등이 참석해 70여 가지가 넘는 기준에 맞춰 상품을 심사하는 상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위원회는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깐깐한 운영 원칙 중 하나다.

2015년 3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18년 1570억원, 2024년에는 2조1960억원까지 확대됐다. 10년간 역성장 없이 약 730배의 성장세를 이룬 것은 정교한 상품 전략과 물류 운영 역량, 소비자 경험 차별화가 맞물린 결과였다.
특히 2019년에는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하며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프리미엄 식품 플랫폼'이라는 컬리의 정체성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어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장보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른바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2021년 매출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데 이어 불과 1년 만인 2022년에는 2조원대에 진입했다.
이 시기 컬리는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21년 시리즈 F(약 2250억원) 투자 유치 당시 약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아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독보적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운영 구조는 모방이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평가됐다.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는 시점에는 수익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베팅에 나섰다. 컬리는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물류 투자 및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갔다.
◇상장 철회 후 내실 다지기 돌입, 2025년 1분기 연간 흑자 전환 결실
다만 폭발적인 외형 성장의 이면에는 막대한 물류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동반됐고 수익성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었다. 이커머스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2022년부터는 확장 일변도의 전략에서 벗어나 사업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FI들의 투자 회수와 추가 성장 자금 확보가 맞물리며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철회를 한 것도 이 시기다. 규모의 경제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은 오히려 기업가치와 사후 성과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개척기와 고속 성장기를 지나, 컬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 확보'라는 세 번째 챕터에 접어들었다.
상장을 철회한 2023년부터 컬리는 조정 EBITDA를 수익성 지표로 전면에 내세웠다. 감가상각과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실질 수익력을 강조하면서 회계상 적자와 별개로 현금 창출이 가능한 구조임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컬리의 매출 규모는 2022년~2024년 2조원 초반대가 유지되고 있지만 조정 EBITDA은 개선세를 보였다.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오던 매출액 대비 조정 EBITDA 마진율은 2024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조정 EBITDA는 2023년 대비 1214억원 개선된 137억원을 기록하면서다. 물류센터 효율화와 컬세권 확장, 신사업 진출 등이 흑자 원동력으로 꼽혔다.
그동안 수익성 압박 속에서도 컬리는 단기 실적 개선보다 성장을 전제로 한 구조적 수익 전환 전략을 고수했다. 중장기 호흡으로 시장 내 입지 확장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우선한 결과 올해 1분기에는 첫 연결 기준 흑자를 실현했다. 조정 EBITDA도 67억원으로 5개 분기 연속 플러스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검증된 전략 위에서 '다음 챕터' 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컬리 측은 "2025년부터는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의 성장률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작년까지 확보한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올해는 성장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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