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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 '의아한' 1070억 투자 왜? 업황침체 불구 경쟁사 공장 인수..한일건설과 다른 용도 활용 가능성

문병선 기자공개 2011-11-17 16:02:25

이 기사는 2011년 11월 17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시멘트가 성신양회의 부천공장을 107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다. 이 공장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무리이지만 침체기 때 거액을 주고 경쟁 업체의 공장을 인수해 결과적으로 경쟁 업체를 도와준 격이 됐고, 지역적으로 중복 투자 성격을 띄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일시멘트가 인수한 부천 공장은 레미콘 및 건식 몰탈 사업장이다.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으나 성장 정체로 수익은 나지 않았다.

한일시멘트 입장에서는 지역별 거점 구축 전략 가운데 경인벨트를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일시멘트는 기존에 수도권 서부 지역에서 서울 영등포와 인천에 레미콘 공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서부 지역은 교통 체증 구역. 공장에서 건설 현장까지 제때 제품을 공급하기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영등포와 인천 사이에 껴 있는 부천 공장을 인수하면 이런 부담이 경담된다는 게 회사측 계산이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수도권 서부 지역에서 수요가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커버할 수 있게 된다"며 "경인선을 중심으로 라인이 구축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영업추이 비교

수도권 지역 레미콘 공장은 한일시멘트 외에도 다른 경쟁업체들이 탐을 냈었다. 입지가 좋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규제가 많아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게 확장하는 것 보다 수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일 지방이었다면 어느 누구도 인수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은 규제 강화로 새로운 공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하는 방식이 선호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이유와 더불어 근본적인 인수 배경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먼저 중복 투자 우려다. 아무리 경인벨트 구축이라고 하지만 인천과 영등포 지역은 2시간 이내에 커버되는 거점이다. 그 사이에 또 다른 거점을 만드는 것은 길 건너편에 경쟁적으로 대형 마트가 두 곳 생겨 쟁탈전을 벌이는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다.

한일시멘트 매출 구조에서 레미탈(몰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 가량이다. 기존 공장도 가동률이 47.8%에 불과하다. 레미콘 사업 역시 전체 매출에서 26.94% 정도를 차지하지만 적자 사업이다.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성신양회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결과를 낳아 시멘트 업종 공급 우위 상황에는 도움이 안됐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위 7개사가 과점하고 있는 시멘트 업종은 초과 공급 현상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결과적으로 한일시멘트가 성신양회를 지원해 업계 구조조정은 더욱 지연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국내 시멘트 회사는 업황 침체로 이종 업종의 다각화 또는 기존 사업 슬림화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한일시멘트는 이번 부천공장 인수로 오히려 시멘트 업종에 대한 익스포저가 되레 더 늘게 됐다.

이 때문에 한일시멘트가 다른 포석으로 부천 공장을 인수한게 아니냐는 해석도 무시할 수 없다. 자회사인 한일건설과 함께 해당 토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공장이 위치한 부천시 삼정동 지역은 경인고속도로 부천IC와 가깝고 인근에 산업단지가 있어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일시멘트는 재무구조가 좋아 투자여력에는 여유가 있다"며 "침체기 때 사두면 추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일시멘트는 올 3분기에도 경쟁 업체들의 적자와 달리 1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경쟁사보다 원가구조가 좋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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