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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캐피탈, 슈람에 왜 투자했나? 금융위기 직후...12% 수익에 '매력' 느껴

권일운 기자공개 2013-08-07 09:49:14

이 기사는 2013년 07월 12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정현 SSCP 대표는 슈람 프리 IPO(상장전 지분투자)로 비자금 조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일련의 거래에서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은 특수목적법인(SPC) 험블휴머니티와 험블휴머니티 교환사채(EB)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다.

FI들이 오 대표에게 콜 옵션 행사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은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오 대표가 콜 옵션을 행사한 뒤 남아있던 EB에 대해 교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거리다.

FI들은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 12% 수익이 보장된 해외 투자는 매력적이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또한 EB 상환 요청은 슈람의 주가 흐름과 예상 수익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금융위기 당시 연복리 12% '매력적'

SSCP는 2008년 하반기부터 슈람 프리 IPO를 위한 IR에 착수했다. IR은 오정현 대표 주도 아래 국내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관심을 드러낸 투자자는 실제 투자를 집행한 KDB산업은행과 한국투자파트너스, 다윈기술금융 LB인베스트먼트 외에도 여러 곳이 있었다.

당시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해외에 SPC를 설립한 뒤 EB를 발행하는 투자 구조는 생소했다. 게다가 막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벤처캐피탈 업계가 전반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하지만 SSCP가 보장한 연복리 12%라는 수익률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슈람이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도 투자 의사 결정에 큰 몫을 했다. 투자자들은 국내 중견기업이 동종 업계 1위를 달리는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거래인 까닭에 리스크는 크지 않을것으로 판단했다. SSCP와 오정현 대표 개인에 대한 평가 역시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A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슈람 프리 IPO 제안서가 돌 당시 제대로 된 딜 소싱(Deal Sourcing)이 불가능해 업계 전체가 '패닉'에 빠져 있었다"며 "탄탄한 국내 중견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1년 반 만에 연복리 12%의 수익을 제공한다는 데 마다할 리 있었겠느냐"고 회상했다.

◇ FI들, 최대 'IRR 30%'노리고 투자

오정현 대표는 '자신이 지명한 제 3자'가 투자 금액의 40%에 해당하는 EB를 되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았다. 프리 IPO 당시 험블휴머니티의 슈람 지분율이 33.3%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 대표가 바이백(Buy-back) 옵션을 행사해 확보 가능한 지분은 13.3%였다.

FI들은 콜 옵션을 수익 극대화에 장애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신뢰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받아들였다. 오 대표가 개인적으로 지분 취득을 원할 정도로 건실하며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여긴 것이다. 또한 콜 옵션에도 연 12%의 이자율이 보장돼 있어 손해볼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오 대표의) 콜 옵션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할 때 신주인수권 일부를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별도 매각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오 대표에게 일부 지분을 내주더라도 예상 수익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슈람 IPO가 임박했다고 판단한 FI들은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 기간은 길어도 2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FI들은 오 대표가 콜 옵션 행사분을 제외하더라도 30%에 가까운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콜 옵션 행사 없이 장내에서 지분 전량을 팔 수 있다면 IRR은 30%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 도무지 오르지 않는 슈람 주가....결국 '상환' 결정

오 대표가 '지명한' STM코퍼레이션은 FI들이 보유한 험블휴머니티의 EB 대부분을 되살 수 있었다. 2009년 말 슈람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지만 FI들은 EB 교환권을 행사하는 대신 상환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FI들이 상환권을 행사한 배경은 슈람의 주가 흐름과 관련이 있다. 슈람의 주가는 상장 직후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투자 당시 산정한 슈람의 기업가치(900억 원)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사채 만기(상장 이후 7개월)까지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상환권은 이자를 지급받은 뒤 사채를 소멸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STM코퍼레이션이 EB를 되사는 구조로 행사됐다. 재매입 가격은 발행가 대비 12%의 이자율을 적용해 산정했다. 결국 험블휴머니티 EB 상당량을 회수한 STM코퍼레이션은 슈람이 악조노벨로 매각될 때 보유 지분(22%)을 동반 매각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오 대표가 지분 확보를 위해 인위적으로 슈람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SSCP 혹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슈람 지분을 쏟아 내며 주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B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당시 벤처캐피탈 업계는 슈람의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는데 주가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상당한 의문을 가졌다"면서 "오 대표 측이 지분 확보를 위해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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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람의 주가 흐름도. 공모가가 37홍콩달러였지만 상환 시기가 임박한 2010년 6월에는 22.4홍콩달러까지 하락했다.(출처 : 구글 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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