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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슈람 매각대금 개인회사 통해 '꿀꺽' 프리 IPO 위해 발행한 EB에 '콜 옵션' 행사

권일운 기자공개 2013-07-15 09:55:23

이 기사는 2013년 07월 11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정현 SSCP 대표가 개인 계좌와 조세피난처로 빼돌린 830억 원의 상당 부분은 자회사 슈람(Schramm Holding AG) 매각 대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 1560억 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 가운데 오 대표에게 흘러 들어간 금액은 48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슈람 매각 주체는 오 대표가 아닌 회사(SSCP)였다. 하지만 개인 소유의 회사 STM코퍼레이션을 통해 22%의 슈람 지분을 확보한 오 대표는 STM코퍼레이션과 SSCP의 지분을 네덜란드 악조노벨(Akzo Nobel)에 매각, 현금화에 성공했다.

오 대표는 슈람 프리 IPO(상장전 지분투자)에 콜 옵션(Call Option)을 설정해 놓았다. 콜 옵션 행사권은 STM코퍼레이션이 보유했다. 따라서 슈람 프리IPO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지분의 종착지는 STM코퍼레이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 KDB·한투파트너스·다윈기술금융, 300억 원 규모 슈람 프리 IPO 참여

SSCP는 지난 2007년 200년 역사의 독일 특수코팅 소재 기업 슈람 지분 90%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약 900억 원이었지만 모회사인 그레베(Grebe)의 부채 등을 제외한 가치는 600억 원 정도로 평가됐다. 나머지 10% 지분은 설립자인 크리스토퍼 슈람의 후손들이 갖고 있었다.

슈람은 이듬해인 2008년부터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프리 IPO 투자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조달 금액은 300억 원으로 주로 해외 투자에 관심이 있는 국내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R에 나섰다. 프리 IPO로 조달한 자금은 모회사 SSCP의 중국(상해, 혜주) 법인을 인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었다.

프리 IPO는 2008년 말 성사됐다. 투자자로는 KDB산업은행 홍콩법인(KDB아시아)과 한국투자파트너스, 다윈기술금융이 참여했다. 세 곳이 각각 50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50억 원은 모회사인 SSCP가 부담했다. 슈람의 기업가치는 900억 원으로 평가해 300억 원을 투자하면 33.3%의 슈람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슈람 프리 IPO를 위해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험블휴머니티(Humble Humanity Ltd.)라는 이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투자는 슈람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험블휴머니티 교환사채(EB)를 300억 원 어치를 인수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 SSCP, 험블휴머니티 EB 절반 이상 LB인베스트에 매각

험블휴머니티 EB를 포함, 슈람 지분 76.67%를 보유하고 있던 SSCP는 이 가운데 일부를 유동화하기로 했다. FI입장에서는 이미 발행된 슈람 주식을 직접 인수하기 보다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험블휴머니티 EB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투자자가 등장하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SSCP의 험블휴머니티 EB를 인수한 곳은 LB인베스트먼트였다. LB인베스트먼트는 SSCP가 보유한 150억 원의 험블휴머니티 EB가운데 절반이 넘는 60억 원 어치의 EB를 발행 당시와 같은 조건에 매입했다. 이로 인해 LB인베스트먼트는 FI 가운데 가장 많은 슈람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LB인베스트먼트의 참여로 슈람 프리 IPO는 최종 완료됐다. 프리 IPO 이후 슈람의 지분 구조는 SSCP 70%(험블휴머니티 EB 포함), 슈람 가문 6.67%, LB인베스트먼트 6.67%, KDB아시아 5.56%, 한국투자파트너스 5.56%, 다윈기술금융 5.56%로 변경됐다.

슈람PreIPO
※험블휴머니티가 발행한 EB 대부분 STM코퍼레이션이 인수.

◇ 오정현 대표, FI 지분 확보 가능했던 비결은 '콜 옵션'

겉으로 드러나 있는 슈람의 주주는 SSCP와 슈람 가문, FI에 불과하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프리 IPO 계약상 '오정현 대표가 지정하는 제 3자'는 FI들에게 콜 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을 통해 EB를 취득, 슈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콜 옵션은 FI가 보유한 EB 권면 총액의 최대 40%까지 행사할 수 있었다. 오 대표가 FI들이 투자한 210억 원의 40%에 해당하는 슈람 지분(시가총액 900억 원 기준 23.33%)은 사전에 약정한 이자(12%)를 지급하면 되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오정현 대표가 지정한 '제 3자'는 STM코퍼레이션이다. STM코퍼레이션은 오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회사다. 따라서 별도의 공시나 주주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은밀히 슈람 지분을 매집할 수 있다.

STM코퍼레이션은 행사 가능한 콜 옵션 비율보다 많은 FI지분을 취득할 수 있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슈람의 주가가 맥을 추지 못했던 까닭이다. FI들은 EB를 슈람 주식으로 교환하는 대신 원금 상환을 요청했다. 정확히는 상환(Redeem)이 아니라 STM코퍼레이션이 12%의 이자를 지급한 뒤 EB를 재매입(Buy Back)하는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가 이뤄졌다.

STM코퍼레이션은 FI들의 EB를 재매입하기에 앞선 시점인 2009년 6월 말 SSCP가 떠안은 험블휴머니티 EB(원금 기준 70억 원)도 인수했다. 이로써 험블휴머니티 EB를 통해 취득 가능한 슈람 지분 대부분은 STM코퍼레이션의 몫이 됐다.

◇ 슈람 지분 22% 매각 대금 487억 원, STM 통해 개인이 '꿀꺽'

FI들의 EB를 긁어모은 STM코퍼레이션은 22%의 슈람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상장 당시 슈람의 시가총액(1107억 원) 기준으로 244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악조노벨이 슈람 인수합병(M&A) 당시 지분 70.5%를 1560억 원에 인수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해당 지분은 약 487억 원에 매각된 것으로 추정된다.

STM코퍼레이션이 수령한 지분 매각 대금 대부분은 오정현 대표가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혹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갔다. 여기에 오 대표가 "매년 슈람이 내는 이익 가운데 25%는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22% 지분에 대한 배당 역시 STM코퍼레이션을 거쳐 빼돌렸을 개연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리금을 돌려주는 방식이 아닌 EB재매입 형태로 콜 옵션을 행사했다는 점을 볼 때 오 대표가 슈람 지분을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슈람 지분을 개인이 직접 증여받았다면 최대 50%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했지만 FI와 개인 소유의 회사를 활용한 덕분에 연 12%의 이자만 내고 지분을 취득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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