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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쐈다 에버랜드,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오너 3세 계열분리 정지작업

문병선 기자/ 김익환 기자공개 2013-09-24 10:30:37

이 기사는 2013년 09월 23일 16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재무 라인에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올렸다."

범삼성가 관계자로부터 지난 6월 전해 들은 말이다. 정보 가치 측면에서 신선함은 떨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거의 매년 지배구조와 관련된 보고서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직보하고 있다. 특별할게 없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가 이에 대해 "통상적인 일이었을 것"이라며 선을 그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금산분리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논란이 거셀 때마다 관련 보고를 늦추지 않은 게 삼성그룹이고 보면,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셌던 올해 2분기에 비슷한 맥락에서 보고서가 올라갔을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삼성그룹 행보는 삼성가의 지배구조 변화를 흘려 들을 수 없게 한다. 삼성물산은 느닷없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양수한다고 23일 발표했다. 1년여 앞선 작년 초부터는 삼성에버랜드가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삼성에버랜드 지분 17%가 KCC에 넘어가기도 했다.

이런 이질적인 변화의 중심은 삼성에버랜드였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삼남매는 삼성에버랜드를 지렛대 삼아 삼성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삼성에버랜드가 변한다는 건 곧 오너 3세인 삼성그룹 3세들이 변화의 주역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매각은 '이서현 몫 챙겨주기' 해석

이날 발표된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인수 역시 오너 3세들의 변화에 우선 포커스가 모아지게 한다.

이서현 부사장의 삼성그룹 패션사업 지배 현황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0.01%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제일모직에서 패션사업부를 경영했다. 그런 사업부서가 에버랜드로 넘어간다.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 지분을 8.37% 보유 중이다. 따라서 이서현 부사장의 패션사업 직·간접지분율은 0%에서 8.37%로 뛰게 된다.

여러 배경과 의미가 제기되고 있으나 오너 3세들의 몫을 챙겨주는 정지작업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해석이 비중있게 거론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서현 밀어주기"라며 "지금의 제일모직 지배구조를 보면 삼성그룹 지분율은 7% 남짓에 불과해 패션사업부를 이서현 부사장에게 떼어주기 어려운 구조였으나 에버랜드로 넘어가면 가능한 그림이 된다"고 했다.

실제 이 부사장은 추후 삼성에버랜드 보유주식(약 4538억원 상당)을 에버랜드에 넘기고 패션사업부만을 가지고 독립해 나가는 전기를 마련했다. 복잡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단순 기업 분할로 가능하다. 이 부사장은 지금 제일모직 지분 50%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에버랜드로 넘어가는 패션사업부의 지분 50%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5000억원 가량의 자금만 있으면 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오너 3세간 계열분리 정지작업 '신호탄'

이번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 양도 발표가 있기 전까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설은 여러 해석에도 불구하고 오리무중이었다. 순환출자 문제와 금산 분리 문제 등이 겹쳐 손을 대기 버거운 구조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패션사업 영업 양수도 거래로 인해 복잡해 보였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여러 퍼즐의 완성이 다소 가능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우선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를 에버랜드로 넘기게 되면서 삼성그룹의 다른 유화 계열사간 합병설이 제기되는 게 그 방증이다. 삼성그룹 유화 계열사 중 핵심인 삼성석유화학은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사장이 최대주주(33.18%)다. 만일 삼성석유화학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하게 되면 이부진 사장은 삼성그룹 유화 계열사 두 곳을 거머쥐게 된다. 유화 부문은 늘 이부진 사장 몫으로 거론됐던 곳이지만 이 사장이 어떻게 이들 회사를 가져갈지는 오리무중이었다.

이부진 사장은 또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의 주요 경영을 맡고 있다. 건설 부문 역시 삼성그룹에서 이부진 사장 몫으로 거론돼 왔다. 삼성에버랜드에서 건설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삼성물산 고문으로 참여해 건설 사업체를 맡고 있다. 만일 제일모직이 삼성석유화학과 합병을 하게 되면 이부진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을 통해 건설 계열사 지분을 간접적으로 갖게 된다. 제일모직은 최근 삼성물산이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13.10%)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패션 사업부가 에버랜드로 넘어가게 되면서 이서현 부사장의 몫이 정리되고 이와 동시에 이부진 사장의 몫(건설·유화)도 떼어내 주기 편한 구조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무관한 결정"이라고 일축했으나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해 해석한다. 지난 8월 삼성물산이 전격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한 건 전혀 예상되지 못한 매우 이질적인 지분 매입이었다. 당시 지분 매입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일모직의 변화와 삼성그룹 유화계열사들의 자본이동을 깔고 진행된 거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더 늦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삼성그룹이 3세간 계열분리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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