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장남에 지분 몰아주기' 둘째아들은? 차남 승계도 가속 예상..'2차 교통정리' 시작되나
김장환 기자공개 2013-11-22 15:31:37
이 기사는 2013년 11월 22일 14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일진홀딩스 지분 전량을 장남 허정석 대표에게 몰아주면서 일진그룹의 '2차 교통정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에 대한 후계구도 완성 작업 역시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일진홀딩스는 허진규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753만 5897주(15.3%) 전량을 시간외매매방식으로 일진파트너스에 매각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로써 허 회장의 일진홀딩스 보유지분은 단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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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회장의 지분 매각은 일진홀딩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장남인 허정석 대표에게 경영권을 완전히 이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분이 넘어간 일진파트너스가 허 대표의 100% 지분 보유 회사이기 때문이다.
일진그룹은 허정석 대표를 중심으로 한 '1차 후계구도' 정리작업을 지난 2006년 이미 마무리한 바 있다. 일진중공업을 일진전기에 흡수합병하고,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의 일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일진홀딩스를 설립했다.
허 대표는 일진홀딩스 지분을 현물출자로 확보해 '일진홀딩스→일진전기→일진다이아몬드→일진디앤코→알피니언메디컬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손쉽게 완성했다.
이번 허진규 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허정석 대표가 확보한 일진홀딩스 지분율은 69.1%까지 오르게 됐다. 일진홀딩스를 통한 그룹 계열사의 지배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일진그룹은 아직까지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에 대한 후계구도는 완성시키지 못했다. 일진LED,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유니스코, 일진제강 등 일진홀딩스와 동떨어진 계열사들을 허재명 대표에게 물려주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애초 일진그룹이 생각했던 2차 후계구도 완성작업은 일진머티리얼즈로 일진반도체를 흡수합병 후 물적분할해 일진LED를 설립하고, 이를 허재명 대표가 가져가는 방안이었다. 허 대표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일진LED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되면 '일진LED→일진머티리얼즈→일진디스플레이→기타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도를 그릴 수 있었다. 일진홀딩스 지배구도 완성작업과 비슷한 밑그림이다.
일진반도체의 흡수합병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곳에서 일진디스플레이 지분 12.2%를 매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보유한 일진디스플레이 지분이 1.19%에 그쳤기 때문에 일진반도체 흡수합병을 통한 BW 확보는 새로운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작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합병비율에 대한 지적에 나서면서 관련 움직임은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주식가치 평가 및 우회상장 요건 충족조건에 문제가 있다며 정정을 지시했다. 더불어 친족간 불협화음까지 나오면서 최종적으로 2차 후계구도 정리는 '올스톱'됐다. 이후 일진반도체 BW는 일진디스플레이에서 매입해 전량 소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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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허진규 회장의 일진홀딩스 지분 매각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허 회장의 지분 전량 몰아주기 방식으로 장남 허 대표의 지배구도를 확고히 만들어줬다는 점에서다. 지분을 남기지 않는 선에서도 후계구도 완성 작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차남인 허 대표의 후계구도 완성에서도 역시 비슷한 방식의 수단을 꺼내들 여지가 높아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허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들을 일진LED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후계구도 완성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허 회장은 현재 일진유니스코(61.9%), 일진디스플레이(25.1%), 일진제강(52.5%) 등 차남 허 대표에게 몰아줄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들의 상당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관계자는 "허정석 대표의 후계구도를 이미 완성한 상황에서 회장의 지분 이양은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동시에 장남의 지배구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이전까지는 주식을 지키는 선에서 후계구도 완성에 나섰지만 이제는 지분 자체도 넘길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2차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일진그룹 측은 "현재 시점에서 보면 허 회장의 이번 지분정리는 허정석 대표에게 경영을 맡기는 의미는 맞다"면서 "3~4년 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말할 수는 없지만 (허재명 대표이사의 후계구도 완성작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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