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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유통부문의 '만만디' [thebell note]

문병선 기자공개 2014-08-18 11:15:0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14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으로 날아간 GS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태스크포스(TF)팀은 힘없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하이마트 매각이 막바지로 치닫던 2007년말 GS그룹은 2차 비딩에서 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을 써내고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 받았던 터였다. 마지막 비밀 협상을 위해 홍콩으로 건너갔으나 거래 막판 유진기업과 매각측인 MBK파트너스가 전격적으로 더 나은 부대조건이 포함된 매각협상에 성공하자 협상 비용만 날린채 빈손으로 귀국하던 순간이다.

거래 관계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발빠르게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나 매각 주관사들과 접촉했던 유진기업과 달리 (GS그룹이) 정보접근이나 거래템포 면에서 다소 늦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GS그룹이 분가돼 나오기 전의 LG그룹이 M&A전에 있어서 만큼은 "의사결정이 더뎠다"는 평은 재계 잘 알려진 사실이다.

GS그룹이 아직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되기 전인 2000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은 한솔PCS를 인수할 뻔 한 적이 있다. '019' 사업자였던 LG텔레콤이 '018' 사업자인 한솔PCS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시장 지위가 껑충 뛸 기회였다. 그러나 한솔PCS는 최종 KT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이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사결정이 너무 늦었던 기억이 있다"며 "매각 측에서는 1시간이 아까웠으나 LG의 답은 아무리 독촉해도 돌아오지 않았고 빠르게 가격을 수정한 KT를 최종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범LG가와 GS가의 문화를 반드시 똑같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두 그룹의 의사결정이 더딘건 지배구조상 고개가 끄덕여 지는 측면이 없지도 않다. 두 그룹 모두 오래전부터 다수의 집안 친인척들이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는 '연합체'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거대한 기업 M&A를 시도할 때면 1인이 지배하는 다른 기업보다 늘 의사결정이 늦을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웅진코웨이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GS리테일이 최종적으로 가격에 실망한 웅진그룹을 추가로 만족시켜주지 못해 결국 고배를 마신 사례도 넓게 보면 이런 연장선에 있다.

최근에도 GS그룹 유통 계열사인 GS홈쇼핑은 KT렌탈 인수를 검토해 오다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다.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과거 GS그룹의 유통부문 계열사들이 보여준 접근방식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오너인 허씨 가문의 복잡한 관계와 더딘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해오던 GS그룹이 최근 들어 신성장동력 찾기에 절치부심인걸 보면 이런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GS칼텍스에 지나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M&A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GS그룹 유통부문 계열사들도 그 최전선에 서 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 이외 영역에서는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딱히 다른 신성장동력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GS홈쇼핑도 뒤늦게 해외에 진출하고 KT렌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신중함은 반드시 필요한 경영 덕목이지만 지나치면 '만만디(慢慢的)'라는 지적을 받게 된다. GS그룹 유통부문 계열사들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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