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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후계구도, 그 미스터리의 역사 두 아들 사이서 한번도 균형추 잃지 않아..'신격호만의 스타일'

문병선 기자공개 2015-01-16 09:05: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가(家)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근 일본 롯데그룹 여러 계열사 임원 및 이사직에서 해임되자 롯데그룹 후계구도에 대해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의 빈자리를 차남 신동빈씨가 차지해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경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이번 해임 사태도 경영수업의 연장선으로 봐야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 신동주씨가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잇따른다.

돌이켜보면 1967년 롯데제과가 설립된 후부터 지금까지 48년의 긴 기간 롯데그룹 후계구도는 한번도 딱부러지게 정해진 적이 없는 그야말로 미스터리의 역사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신동주씨가 오히려 한국 롯데그룹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도 했다. 주로 결혼과 연관을 지어 만들어진 추측으로 보인다.

그럴만했던 게 신동주씨는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차녀 조은주씨와 결혼을 했다. 조은주씨는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UCLA에서 마쳤다. 결혼 직전까지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국 지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덕만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소규모 무역업을 했다. 재미교포이지만 한국인이라는 점이 신동주씨를 한국 롯데그룹 경영과 연관짓게 했다.

특히 당시 38세인 신동주씨는 일본 롯데 미국지사 부사장으로 있었는데도 신부 은주씨를 데리고 굳이 서울에까지 와서 잠실 롯데월드에서 예식을 올렸다. 주례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결혼 후 신동주씨는 다시 일본으로 떠났으나 주변 사람들이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롯데를 맡을 것으로 봤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반면 차남 신동빈씨는 일본인과 결혼한 상태로 일본에서 거주하며 일본 정·재계 인맥과 네트워크를 쌓아가던 시기였다. 그는 형보다 7년 앞서 1985년 6월 결혼했다. 일본 귀족 가문 출신인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차녀 마나미 씨가 반려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수상이 주례를 하고 나카소네 현직 수상이 축사를 하는 등 그의 결혼식에 일본 정·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대략 100억 엔 가량의 비용이 들어갔던 화려한 결혼식이었고 세간에서는 '시게미쓰(重光);신격호 회장의 일본 성' 가문이 일본 귀족계급과 혼맥을 맺어 일본 상류 사회에 진입했다고들 이야기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일본 롯데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황태자의 행보로 보였다. 자연스럽게 재계에서는 일본 롯데를 차남(신동빈)이 맡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게 됐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과 비슷하게 당시에도 추측만 많았지 무엇하나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사진)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단 한번도 후계구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재계에서는 1990년대 초반 70대에 들어선 그를 대신해 롯데그룹을 이끌 차기 경영자가 누가 될 지 큰 관심을 보였으나 신격호 회장은 오직 경영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추측이 많아지는 건 당연했고 두 아들의 계열사 배치 구도에서 힌트를 찾아 다녔다.

1997년 들어서면서부터는 그 이전까지의 전망이 사실상 180도 바뀌기도 한다. 신동빈 회장이 1997년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을 했던 사건 때문이다. 명실공히 그룹 2인자 자리를 차남이 차지하던 순간이었다.

당시 형 신동주씨는 일본 제과업체 ㈜롯데에서 전무를 맡고 있었다. 신격호 회장이 일본 ㈜롯데 사장을 맡고 있었던 시기다. 동생이 형을 직급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한국=신동주'가 아닌 '한국=신동빈'이라는 공식이 롯데그룹 후계구도를 바라보는 절대적 관점으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부회장 취임 이후 부쩍 한국 방문을 늘려 후계 준비를 본격화하는 듯 했다. 패스트푸드, 편의점, 물류, 정보통신 사업 등을 맡았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차남 신동빈 회장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쏟게 됐다.

하지만 세간의 추측과 달리 신격호 회장의 복심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회사였던 롯데쇼핑의 지분을 장·차남이 거의 비슷하게 소유하게 했고 롯데쇼핑 등기이사에도 장·차남을 동일하게 등재시켰다. 차남을 한국 롯데그룹의 부회장으로 올리고 장남을 일본 롯데그룹의 전무를 맡겨 경쟁을 유발시키는 듯하면서도 핵심 계열회사 지분과 등기이사직은 동일하게 부여해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지 않게 했던 셈이다.

그러다가 2005년말 신동주씨가 롯데쇼핑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2006년 3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 타이틀을 갖게 되자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라는 후계구도 전망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를 확인해 주기라도 하듯이 신동주씨는 일본에서 1991년 ㈜롯데 전무, 2001년 부사장, 2009년 ㈜롯데홀딩스 부회장, 2011년 롯데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사장에 올랐다. 누가 보더라도 일본 롯데그룹을 경영할 차기 후계자로서의 승진 행보였다. 신동빈 회장 역시 2010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제가, 일본은 형이 맡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의 의중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두 아들을 승진시키면서도 후계구도를 특정짓지 않는 묘한 양방향 시그널을 함께 주었다. 갖은 추측이 나왔다. 예컨대 한국 롯데그룹의 실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은 2013년 3월 대표이사 취임 7년만에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쇼핑에서 등기이사로만 올라 있다. 롯데 일가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신격호 회장은 전문경영인인 이인원 부회장 등에게 지금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게 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 자신도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을 수십년간 유지하고 있다.

신동주씨 역시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차츰 장악해가고 비록 동생보다 늦었지만 후계자 지위도 하나둘씩 갖춰가고 있었으나 완전한 지위를 부여받은 건 아니었다. 가장 핵심 계열회사라고 할 수 있는 ㈜롯데의 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한 점이 단적인 예다. 일본 롯데그룹은 ㈜롯데를 장악해야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신격호 회장은 장남 대신 스미토모은행 출신인 츠쿠다 타카유키씨라는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두고 직접 일본 롯데그룹을 경영했다. 장남에게 일정한 역할을 주되 핵심 포스트엔 올리지 않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신격호 회장이 차남에게 일본 ㈜롯데의 경영을 맡긴 것도 아니었다.

요즘 재계에서는 '신격호 스타일'의 승계 방식이 화제로 떠오를 조짐이다. 창업자 살아생전에는 경영수업을 절대로 마치지 않아야 2~3대 후계자들이 경영자로서 단련된다는 것이다. 다 물려준 듯 하면서도 늘 더 받을게 많은 듯 느끼게 하는 상속 및 경영수업 방식이다. 신동빈 회장이 더벨과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그룹 경영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 것도 사실 여전히 부친으로부터 확실한 후계승계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형이 해임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언제든지 부친에 의해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받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내 1위 호텔사업체인 호텔롯데만해도 신동주씨는 등기임원이지만 신동빈씨는 미등기임원이다. 한국 롯데그룹 순환출자의 중요 출자고리 회사인 롯데알미늄의 경우 신동주씨는 등기임원이고 신동빈씨는 미등기임원이다. 반면 신동빈씨는 롯데쇼핑 등기임원이지만 신동주씨는 롯데쇼핑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지 10여년이 다 돼 간다. 언제나 균형추를 잃지 않고 두 아들에게 경쟁을 시키듯, 견제를 시키듯 경영수업을 시키는 건 국내 재계에서 보기드문 신격호 회장만의 자녀 경영수업 방식이다.

이번에 신동주씨가 일본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 및 이사직에서 해임이 됐다고 하더라도 확대해석을 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롯데가문의 불확실한 후계승계 역사 때문이다. 긴 롯데그룹 역사에서 보면 롯데가문의 2세 후계구도는 언제나 확실한 게 없었다. 신격호 회장이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을 분리해 두 아들에게 하나씩 맡길지 아니면 한 명에게 한·일 롯데그룹의 전권을 줄 지 지금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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