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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경영 참여'로 맘 바꾼 이유는? [엔씨소프트-넥슨 경영권 분쟁②]지분 취득시 경영 불간섭 약속… EA 인수 실패, 넥슨재팬 주주 압박에 '변심'

정호창 기자/ 이재영 기자공개 2015-02-13 09:41:06

이 기사는 2015년 02월 11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주 대표가 이끌고 있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투자 후 2년 반만에 갑작스레 '경영 참여'를 선언한 이유는 뭘까. 시장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 지분 매입 주체인 넥슨재팬 주주들이 투자 성과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 및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 2012년 6월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경영 참여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지분 취득 목적이 엔씨소프트 경영권 인수에 있지 않고, 두 회사가 손잡고 미국 게임업체 'EA(일렉트로닉아츠) 스포츠'를 인수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은 당시 지분 거래 조건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김택진 대표와 넥슨재팬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2012년 6월8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26만 8000원이었다. 반면 넥슨이 김택진 대표로부터 인수한 엔씨소프트의 주당 매매가는 시세보다 낮은 25만 원이었다.

최대주주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통상적으로 주당 매매가에 30% 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넥슨이 엔씨소프트 주식을 비교적 저렴하게 인수한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근거로 당시 넥슨과 김택진 대표가 '경영 불간섭' 약속을 전제로 지분 거래를 진행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지분 매매의 목적이 양사가 협력해 EA를 인수하는데 있었기에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고 지분을 넘겼다는 주장이며, 관련 업계에서는 거래 정황상 이를 상당부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후 양사가 손잡고 추진한 EA 인수가 무산됐다는 점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EA 인수를 추진해 상당 부분 협상이 진행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종 단계에서 양측의 이견으로 결국 거래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EA 인수 실패로 양사의 협력 이유가 사라지자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것은 넥슨이다. 넥슨재팬 상장을 통해 일본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8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엔씨소프트에 투자했으나 사실상 불용자산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넥슨 투자 이후 2013년부터 엔씨소프트 주가가 10만 원대로 하락한 점이 넥슨재팬 주주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넥슨재팬의 일본인 주주들과 스웨덴 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은 넥슨 경영진에게 지난해부터 엔씨소프트 투자 건 등을 지적하며 기업 및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의 압박에 시달리던 김정주 대표와 넥슨 경영진은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안 모색에 나섰다. 내부적으로 테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엔씨소프트 보유지분 처리에 대한 스터디에 착수했다. 이어 김·장 법률사무소와 함께 기업결합 신고, 적대적 M&A,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놓고 폭넓은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넥슨은 지분 처분 문제에 대한 확실한 전략을 세우기 전 지난해 10월 넥슨코리아를 통해 엔씨소프트 지분 0.38%를 추가 취득해 보유 지분율을 15.08%로 늘렸다. 이어 지난해 말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넣어 승인 결정을 받았다.

관련 업계에선 넥슨의 이 같은 조치를 일종의 '간 보기'로 해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하기 전 공정위의 입장과 태도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조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승인' 결정이 나면 엔씨소프트에 대한 공격적 전략을 추진하고, 반대의 경우엔 다른 대안을 모색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의 승인 결정을 받은 후 넥슨은 본격적으로 엔씨소프트 지분 처리 계획을 현실화해 나갔다. 자문을 맡은 김·장 법률사무소 외에 국내외 IB, 홍보대행사 등과 접촉하며 향후 전략을 가다듬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넥슨은 수차례 협의를 통해 사전 준비에 나서면서도 결국 김·장 법률사무소 외에는 IB 등 M&A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M&A업계 관계자는 "김·장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통해 넥슨은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적대적 M&A를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현재 표면적으론 엔씨소프트에 대한 적대적 M&A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지분 매각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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