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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발전 회사채 유찰, 무슨 일 있었나 대우·KB證 빠지면서 회사채 유찰…수수료 녹이기 관행 민낯

임정수 기자/ 이길용 기자공개 2015-05-11 09:28:53

이 기사는 2015년 05월 08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부발전의 회사채 유찰 사태는 그 동안 발전자회사 채권 큰 손이었던 KDB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 등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시장 금리 상승으로 대형 증권사의 발전자회사 채권 인수 능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금융 당국이 수수료 녹이기에 대해 경고하면서 증권사들이 극도로 몸을 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를 놓고 발전자회사 채권을 수수료 녹이기를 통해 매출하던 투자은행(IB) 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남부발전, 서부발전 금리 맞춰 달라…증권사들 외면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2000억 원의 회사채 입찰을 진행하면서 앞서 서부발전이 발행한 금리 수준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발전은 2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서 5년물의 경우 국고채+12bp, 10년물의 경우 국고채 +15bp로 발행했다. 유통금리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에서 발행이 이뤄졌지만, 입찰 물량이 발행액의 1.2배가 되면서 발행이 이뤄졌다.

뒤이어 남부발전이 진행한 입찰에는 신한금융투자(800억), 한국투자증권(300억 원) 등 총 1400억 원어치의 투자 수요가 입찰에 참여했다. 발행액 2000억 원에 비하면 600억 원의 투자 수요가 부족했다.

입찰에 참여한 투자 수요의 금리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5년물에 국고채 5년+29bp, 7년물의 경우 국고채 10년 +30bp 수준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서부발전이 발행한 금리 스프레드의 2배 수준이다.

발전자회사 채권 큰 손이었던 KDB대우증권, KB투자증권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증권사의 외면에 투자 수요를 모두 못 채운데다 금리도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남부발전은 결국 회사채 발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대표주관을 기대했던 신한금융투자는 남부발전이 회사채 발행을 철회하면서 기대가 날아갔다. 업계 관계자는 "1400억 원이라도 발행하자고 했지만, 남부발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 발전자회사債 큰손 대우·KB證, 남부발전 왜 외면했나

올들어 발전자회사 채권 인수 경쟁을 벌여왔던 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은 남부발전 회사채 입찰에서 왜 빠졌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을 지목한다. 대형 증권사의 발전자회사 채권 인수 능력 고갈과 금융당국의 수수료 녹이기 감시다.

대우증권은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내부에 발전자회사 미매각 채권에서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인수한 중부발전 미매각 회사채에서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투자증권은 주택저당증권(MBS) 미매각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MBS 미매각이 있지만 헤지(Hedge)를 해 놓아서 금리 상승에도 별다른 타격이 없다"면서 "3월 중부발전 이후 발전자회사 채권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상대적으로 발전자회사 채권 인수 물량이 적었던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도 불을 지폈다. 금감원은 최근 업계에 공문을 보내 수수료 녹이기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감시를 강화하면서 수수료 녹이기를 할 수 없게 됐다"면서 "금리 상승으로 안 그래도 위축된 증권사들이 바짝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녹이지 않으면 남부발전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을 맞출 수 없었다"면서 "입찰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수수료 녹이기가 원천 차단되면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수수료 녹이기 관행 입증…민낯 드러내

이번 사태에 대해 그 동안 발전자회사채 채권에 만연해 있던 수수료 녹이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동안의 관행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수수료 녹이기는 기업에서 받은 인수수수료를 발행금리에 보태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일례로 5년물 회사채가 2.00%에서 발행금리를 결정하고 기업이 수수료로 20bp를 지급하기로 했다면, 총 수수료를 매년 4bp씩(만기 5년) 발행금리에 보태 2.04%에 투자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수수료 녹이기는 시장 금리를 왜곡하는 불공정한 관행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발전자회사들은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싶어하고,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없어도 대표주관 실적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발전자회사 채권 대표주관을 맡는데 출혈 경쟁을 벌여 왔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녹이기가 어려워지면서 발전자회사 채권을 인수하려는 증권사가 크게 줄어든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수수료 녹이기가 만연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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