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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의 '알래스카' [thebell note]

김익환 기자공개 2015-06-04 08:43: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3일 07: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알래스카의 여름'을 화두로 꺼냈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실적 호조에 대해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향후 수출길이 좁아져 생존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정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거라며 "11조 원인 시가총액을 2018년까지 30조 원대로 키울 계획"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향후 3년간 시가총액을 3배 가까이 키우려면, 매출액·영업익도 2~3배 늘려야 한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수익구조 개선 계획은 한계가 뚜렷하다. 정유 사업은 역내 시장 수급여건의 악화로 실적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로 정유 부문에서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지만,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업체와 원유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다변화 전략이 실효성을 가질 지 의문이다.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화학사업도 장애물이 많다. 투자금 회수부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시노펙과 합작투자한 중한석화도 투자 합의부터 상업가동까지 무려 7년이 걸렸다. 중국 화학사업을 추진할 땐 당국 규제로 합작투자만 가능하고, 그마저도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해외업체는 소수 지분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적 기여도가 크지 않다.

기술확보와 고객확대로 생존기반을 찾으려는 배터리사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상위업체와의 기술 격차부터 크다. 아울러 향후 몇 년간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더기 손실을 내는 배터리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분석이 많았지만, 정 사장은 계속 끌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정철길 사장의 이력을 보면 그의 말이 허언으로 끝나진 않을 듯하다. 그는 2011년 SK C&C 수장으로 부임하며 "위기는 기회"라며 SK이노베이션 기자간담회 때와 비슷한 말을 했다. 공공 정보화 시장 진출 제한으로 앞날이 불투명해진 SK C&C 사령탑을 맡은 정 사장은 중고차 매매를 비롯한 신사업과 사업재편을 추진했고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은 1867년 3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매입했다. 땅 매입을 주도했던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 당시 미 국무장관은, 서부개발에 쓸 돈도 없는데 왜 얼음덩어리 땅에 거액을 쓰냐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알래스카는 미국의 보물로 거듭났다. '겨울폭풍'에 직면한 SK이노베이션이 알래스카 같은 보물로 거듭날 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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