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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변신]①순영업수익 4000억원·ROE 15% 돌파

이상균 기자/ 최은진 기자공개 2015-07-13 16:53:07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던 최근 수년 간 메리츠종금증권은 초고속 성장을 했다. 증권사마다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때 홀로 수백 명의 경력직을 뽑은 곳도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수익성은 국내 증권사 중 단연 최고다. 한때 보잘 것 없는 소형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변신을 했을까. 그 성공의 시간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6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00년대 까지만 해도 별 볼일 없는 소형 증권사였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나 투자은행(IB) 사업에서는 존재감이 없었고, WM사업을 할만한 인지도와 리테일망도 없었다. 철저히 변방에 머물러 있던 메리츠종금증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다른 증권사들이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잔뜩 움츠려 있던 2009년 이후다.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으로 종금 라이선스를 갖게 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의 비상이 시작됐다. 최희문 대표가 부임하고 이듬해 김용범 대표가 합류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금융위기로 찬 바람이 불던 부동산PF 시장에 주목했다. 부동산PF는 2000년대 중반까지 모든 금융회사의 돈벌이 수단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에 건설사 부도가 속출하고 저축은행들이 연쇄 도산하면서 대부분 손을 놓고 있었다. 무주공산이 된 이 시장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은 알토란 같은 PF만 골라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챙겼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환매조건부사채(RP)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을 크게 늘렸다. 똑 같은 상품을 내놓고 금리경쟁으로 고객을 뺏고 빼앗겼다. 차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확실한 투자처를 발굴한 이후 저금리의 CMA로 자금을 조달했다. 자산 증식에 매달리지도 않았고 적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증권사가 돈을 벌지 못해 울상이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예외였다. 자산도 빠르게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해의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가 15%를 넘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잘 되는 집안이 늘 그렇듯 업계의 실력자들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몰려들었다. 임직원은 꾸준히 늘어 1000명을 넘어섰다. 증권업계가 역대 최대의 불황이라고 하던 시기에 일군 성공이다.

◇종금업 라이선스 획득, 비상의 시작

종금업은 메리츠종금증권 실적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연결기준 순영업수익 중 종금업(기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회계년도 35.9%에서 지난해 58.2%까지 높아졌다. 대부분 증권사의 수익 중 위탁매매업(브로커리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과 차이가 크다. 증권 거래대금의 감소로 증권사들의 수익이 곤두발질 치는 와중에 메리츠종금증권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권사의 외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인 순영업이익을 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가파른 성장세가 한 눈에 보인다. 2009회계년도에 1676억 원에 머물던 순영업수익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2012회계년도 2775억 원으로 늘어난다. 2013회계년도에는 9개월만의 성과로 2174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112억 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5년간 145.3%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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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보다 놀라운 건 수익성 개선이다. 2009회계년도 메리츠종금증권의 ROE는 3.9%에 그쳤다. 이후 2010회계년도 4.1%, 2011년회계년도 7.9%, 2012년회계년도 8.8%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15.2%로 전년대비 약 6%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업종 평균 ROE 2.2%보다 6배 이상 높다. 영업이익은 5년간 4배가 늘어 지난해 165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증권사 중 5위권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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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된 부동산 PF시장서 수익모델 찾아

금융위기로 부동산PF시장이 붕괴된 후 후 건설사들이 금융회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할 때 메리츠종금증권은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이하 미담확약)을 제공하며 구세주로 등장했다. 미담확약은 건물 준공 이후 미분양 물량이 생길 경우 이를 담보로 시공사에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보험의 성격이 짙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미분양 물량을 떠안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50~60%를 시공사에 지급 보증해준다. 대신, 보증 금액의 약 3%를 보증수수료 선취한다.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으면 대출은 실행되지 않고 보증수수료만 챙긴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메리츠종금증권은 미담확약이 리스크가 높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라고 봤다. 위기 이후 무리한 부동산 PF사업이 거의 자취를 감췄고, 건설사들의 사업비 조달 방식이 달라졌다. 2010년 이전에는 전체 사업비의 30~40%를 부동산 PF를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60~70%는 분양 수익금으로 충당했다.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분양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자 부족한 돈을 시공사가 채워 넣어야 했다.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분양 수익금의 비중을 대폭 낮추고 외부 금융기관에서 사업비 대부분을 조달한다.

미담확약에서 실패를 방지하려면 리스크를 철저히 분석해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업성이 높은 PF일수록 대출실행없이 보증수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선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비중을 유심히 살린다. 예를 들어 사업비가 총 100억 원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공사가 60억 원을 외부에서 PF 대출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40억 원은 분양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이렇게 되면 LTV는 60%가 된다.

그러나 단순히 LTV의 높낮이를 띠지는 건 아니다. 내재된 리스크를 정확히 계산해 내는 게 더욱 중요하다. 길기모 메리츠종금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은 "LTV가 60%로 높아도 분양 가능성이 더 높은 사업이라면 실질적인 리스크는 더 낮아진다"며 "단순히 LTV 비중만 보기 보다는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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