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조직의 DNA 바꾼 김용범-최희문의 찰떡궁합 [메리츠종금증권의 변신]⑤혁신 이끈 요인은 결국 '사람'…"숨은 고수들 메리츠에 많다"

최은진 기자/ 이상균 기자공개 2015-07-13 16:54:36

[편집자주]

국내 증권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던 최근 수년 간 메리츠종금증권은 초고속 성장을 했다. 증권사마다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때 홀로 수백 명의 경력직을 뽑은 곳도 메리츠종금증권이다. 수익성은 국내 증권사 중 단연 최고다. 한때 보잘 것 없는 소형사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변신을 했을까. 그 성공의 시간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8일 1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변신을 이끈 주역은 누가 뭐래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와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공동 대표가 된 두 사람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각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회사와 임직원의 DNA를 바꿔 나갔다.

두 대표는 10여년간 고객과 거래처 등의 관계로 얽혀있다가 인척관계로까지 발전한 절친이다. 친밀한 관계라고 해도 경영에 있어 절묘한 파트너십을 내기는 어려운데 두 대표의 호흡은 상당한 시너지를 냈다. 지향하는 철학이 같아 추진력에 가속도가 붙었고 오랜 친분으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채워줄 수 있어 전략에 빈틈이 없었다.

특히 김 대표와 최 대표의 탁월한 용병술이 메리츠종금증권을 성공으로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와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가 지휘봉을 잡은 지난 2012년부터 우수 인재 영입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길기모 메리츠종금증권 전무, 최석원 메리츠화재보험 팀장 등이 삼고초려 끝에 메리츠 사람이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전략은 검증된 우수 DNA를 심어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에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독립성을 부여해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물론 오로지 성과만 고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확실한 보상시스템을 구축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 "김용범의 추진력-최희문의 전략이 시너지 창출"

김 대표와 최 대표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대표가 뱅커스트러스트(Bankers Trust), 김 대표가 대한생명에 재직할 당시 고객과 운용역의 관계로 만났다. 꼼꼼한 김 대표와 전략가 최 대표는 운용수익률을 놓고 티격태격하며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두 사람은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redit Suisse First Boston)에서 재회했다. 함께 근무하며 호흡을 맞췄고 서로의 빈틈과 강점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거래 상대방에서 동지로 발전한 두 사람의 관계는 김 대표가 최 대표에게 처가 친척을 중매서면서 인척관계로 발전한다.

두 사람은 풍기는 이미지가 다른 만큼 성향도 다르다. 김 대표가 합리성에 기반한 강한 결단력을 보여 준다면 최 대표는 부드러우면서도 인자한 리더십을 펼친다. 김 대표가 조직에 어떤 문화와 철학을 심어 조직원들을 따르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면 최 대표는 투자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시하는 능력이 있다. 두 대표의 성향에는 미세한 차이점이 있지만 공통점이 더 많다. 상당한 수준의 투자 전문성을 갖췄다는 것과 격식과 형식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김 대표와는 적으로 있는 것보다 동지로 있는게 더 낫겠다 싶어 여태까지 함께 하게 된 것 같다"며 "오래 함께 한 만큼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최 대표는 자기 분야에 있어 확고한 철학과 전문성을 지니고 있고 생김새는 부드러우나 고집이 세다"며 "한번 시작한 일은 밀고 나가는 꼴통기질이 있어 서로 어떤 사안에 대해 논쟁을 하고 설득을 하며 맞춰 나가게 됐다"고 전했다.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의기투합한 김 대표와 최 대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치며 조직문화를 과감히 개선했다. 지난 2012년 각자 대표 시절, 김 대표가 본사관리업무 및 리테일(Retail), 최 대표가 본사영업부문을 총괄했다. 이후 김 대표가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까지 겸직하며 리테일 부문이 최 대표에게 넘어갔다. 현재는 김 대표가 메리츠화재보험 대표이사로 가면서 그 역할을 정남성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이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와 최 대표는 당시 각자 대표 체제였지만 모든 의사결정을 공동으로 했다. 딜(Deal)에 대한 투자 결정부터 지점 폐쇄 등 경영전략 추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판단을 함께 했다. 격식을 싫어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공통점에 따라 현장의 소리, 실무진 의견에 최대한 귀를 열었다. 합리적으로 설득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토론해 합의점을 도출했다.

두 대표가 이끈 혁신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투톱 체제가 경쟁이 아닌 협력, 시너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의 전략가적 기질과 부드러운 리더십이 의사결정의 주요 역할을 했다면 김 대표의 추진력과 결단력은 무서운 실행력으로 이어졌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김 대표와 최 대표는 표현 방식이 직설적이냐 부드럽냐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합리적이고 격식을 싫어하다는 점, 그리고 성과 위주의 경영전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서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파트너이자 가족으로 엮인 인연으로 이어진 호흡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 "메리츠에는 선수가 많다"…혁신 추진·정착시킨 숨은 주역들

김 대표와 최 대표가 혁신에 필요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면 이를 추진하고 정착시킨 숨은 주역들이 있다. 길기모 리스크관리본부 전무와 김기형 종합금융사업총괄 겸 프로젝트 금융사업본부 전무, 송영구 리테일(Retail)총괄사업본부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길기모 전무는 메리츠종금증권의 리스크 관리를 맡고 있다. NICE신용평가와 신한금융투자에서 크레딧(Credit) 애널리스트를 지내다 독립적이면서도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찰나에 김 대표를 만났다. 리스크 관리 업무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고 일이 재밌을거라는 김 대표의 이야기에 솔깃해 메리츠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실제로 길 전무에게는 리스크 관리의 전권이 부여됐다. 투자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어 경영진이 승낙해도 길 전무를 설득하지 못한 딜은 투자할 수 없을 정도다. 길 전무는 리스크 산출을 위해 해당 딜을 따온 영업부서 관계자 이상으로 현장을 찾는다. 취임이래 4년 간 단 한건의 부실도 없다는 점은 길 전무의 이런 꼼꼼한 심사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 내외부에서는 길 전무가 메리츠종금증권의 성장가도에 적절한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리스크 관리 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냐는 것이다. 김기형 전무는 메리츠종금증권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명가로 발돋움 시켰다. 20여 년간 부동산금융에서만 전문성을 쌓아온 김 전무는 삼성생명,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거쳐 지난 2006년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동했다.

김 전무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성을 담보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다양한 구조화 기법을 선보였다. PF 시장은 위험하다며 모든 증권사들이 기피하던 지난 2012년 과감히 PF 사업을 확장시킨 것도 김 전무의 노하우와 선견지명에서 비롯됐다. 이에 지난 2013년 김 전무가 진두지휘하는 부동산종합금융본부가 신설된 후 사업 초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줄곧 성장세를 이어왔다.

계륵이던 리테일사업을 혁신의 주역으로 탈바꿈 시킨 송 전무도 숨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줄곧 지점생활을 하며 영업맨으로 성장한 송 전무는 지점 대형화를 꾀하고 영업직군을 계약직으로 전환할 때 김 대표와 함께 직접 나서 직원들과 소통하고 달랬다. 영업직원을 관리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과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겠다는 것을 약속하고 그런 문화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이른바 리테일 혁신 프로그램이었다.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내던 리테일부문이 변화했다.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효자사업부문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씩 성과를 쌓아올리고 있다. 리테일에 가능성을 본 메리츠종금증권은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력을 더 보강하고 상품의 다양성도 꾀하는 중이다.

이 외에도 메리츠종금증권의 특수여신본부를 책임지는 박상혁 상무, 기업금융본부 박성국 상무, 종합금융사업총괄본부 김석순 상무, 강남금융센터 문필복 센터장 등도 각 사업부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적절히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내부 분위기를 일으켜 세우고 변화를 만든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며 "각 개인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일에만 매진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해 좋은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