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7월 23일 11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시멘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해진 삼표가 '승자의 저주'에 휩싸일까. 실제로 삼표가 경쟁 후보를 압도하는 주당 1만 4000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여러 시장관계자들이 이같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전 초기부터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됐다. 상위권 레미콘 업체가 레미콘의 주 원재료인 시멘트 업체 인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당위성이나 잠재 시너지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에 입찰 준비 단계에서부터 KDB산업은행의 전방위적 지원을 받았다는 점이 경쟁력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삼표 사정에 밝은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삼표는 동양시멘트를 지나치게 비싼 값에 인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다. 특히 최고위층 차원에서 동양시멘트 인수 작업을 준비하는 실무진에게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잠재매물로 분류되는 시멘트 회사가 많은 상황에서 동양시멘트에 무리한 베팅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회사 안팎에서 제기됐다. 동양시멘트 인수합병(M&A)을 서막으로 시멘트 업계 구도 재편을 야기할 수많은 M&A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멘트 업체에 관심을 가질 만한 웬만한 후보들이 총 출동한 동양시멘트 인수전이 과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다.
삼표는 결국 동양시멘트 현재 주가의 2배에 육박하는 가격을 제시, 일단 승기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대신 인수 대상 지분을 ㈜동양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54.96%로 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워낙 주당 인수가가 비싼 탓에 투입해야 할 전체 금액은 약 8000억 원으로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삼표가 8000억 원이라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자체 현금이 1000억 원 가까이 있고,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설 산업은행 사모펀드(산은PE)도 1500억 원 가량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형태의 인수자금을 지원받고, 다양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도 모집할 방침이다.
하지만 삼표에게 제기되는 승자의 저주 우려는 결국 동양시멘트 인수 거래를 종결지은 뒤의 문제다. 인수금융 원리금 상환이나 FI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과정에서 삼표라는 기업 자체의 재무구조가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특히 주당 인수가가 시가 대비 훨씬 높다는 점이 FI들의 향후 지분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삼표가 그려 놓은 시멘트-레미콘 산업의 시너지 방안만 놓고 본다면 동양시멘트에 상당한 의지를 가질 수 있고, 이 의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게 이해가 간다"면서도 "향후 FI들의 엑시트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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