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삼성엔지 '뒷북 증자', 그룹 지원의지 있었나 완전자본잠식 예측 못해...그룹 지분 20%, 증자 실효성 의문

민경문 기자공개 2015-10-27 10:01:08

이 기사는 2015년 10월 26일 09: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013년에 이어 또 다시 대규모 손실이 드러나고 나서야 뒤늦게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시장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리 자본 확충을 진행했더라면 올해 연말 결산은 적어도 완전자본잠식에서 탈피한 채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손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간 재무 지원을 꺼려왔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용평가 전문가들은 조선, 건설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삼성그룹 지원의지가 예전만 못해졌다는 시그널로 해석하기도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2일 오전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61.2% 감소한 8569억 원이다고 발표했다. 영업적자와 순손실은 각각 1조 5127억 원과 1조 3342억 원에 달해 완전자본 잠식 상태에 놓였다. 지난 2013년에 이어 또 다시 대규모 어닝쇼크를 기록한 셈이다.

실적 공시 2시간 뒤에는 1조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도 밝혔다. 3500억 원의 본사 사옥 매각 계획도 동시 추진된다. 아직 이사회 결의가 나기 전으로 손실 발표와 동시에 서둘러 '투자자 다독이기'에 나선 듯 한 양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관리의 삼성이라는 평판이 무색할 정도로 뒤늦은 재무개선 처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정을 고려하면 증자 자금이 들어오는 시점은 빨라야 내년 3월이다. 올해 결산 재무제표는 이변이 없는 한 최소 마이너스 3000억 원 이상의 완전자본잠식으로 마감하게 된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연말 재무상태가 자본잠식이냐 아니냐에 따라 은행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여신 정책을 달리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익스포저가 최대인 수출입은행만 하더라도 완전자기자본잠식은 부도에 준하는 등급으로 매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개선이 늦어진 만큼 여타 은행 역시 삼성엔지니어링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차입금의 경우 대부분은 회사채, 기업어음(CP) 등보다도 은행 대출에 집중돼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실을 어느 정도는 사전에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엔지니어링 실무자로부터 그룹 수뇌부까지의 보고 자체가 지연됐고, 결과적으로 증자 결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대우건설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최근 분식회계 제재로 뒤늦게 '빅배스'에 나섰다는 얘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보고가 이뤄지긴 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유상증자와 같은 재무지원을 미뤄왔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관계자는 "삼성그룹 입장에서 건설, 조선과 같은 계열사는 한계업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고 자금을 지원해 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 작업도 앞서 무산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도 아니고 삼성SDI와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서 보유한 지분율이 20%밖에 안 된다는 점은 그룹 내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위상을 잘 보여준다"며 "이들 역시 재무여력이 취약해진 만큼 다른 계열사를 지원할 상황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참여 여부는 불확실하다. 삼성SDI와 삼성물산이 신주를 100% 배정받는다고 해도 나머지 물량 상당수는 실권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이유다. 이번 유상증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23일 종가기준 8300억)보다도 큰 규모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2013년 첫 대규모 적자를 냈을 때만 해도 재무이슈는 유동성 문제가 아닌 부채비율이었다"며 "당시 부채비율이 400%대로 두 배 이상 뛰었는데 그때에도 증자를 결정하지 않은 점부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