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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금융그룹의 '탈(脫) 일본' [thebell desk]

문병선 기자공개 2016-02-18 09:01: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17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비즈니스를 해 온 롯데그룹은 최근 호텔롯데의 국내 상장을 추진하며 지배구조의 한국화(化)에 나서고 있다. 호텔롯데 100%의 지분을 모두 일본 국적 기업이 갖고 있어 '탈(脫) 일본'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비상장회사가 대부분인 롯데그룹 계열사 중 우선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호텔롯데)부터 대중에게 공개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롯데그룹은 뿌리 기업(광윤사 및 롯데홀딩스) 국적이 일본이라는 이유로 영업에서 차별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한 적이 별로 없다.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볼썽사납게 벌어지자 산업계 일각에서 국적논란이 일었고 불매 운동이 일었던 적은 있으나 그도 어느 순간 잦아들었을 뿐이다.

일본과 한국, 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중요한 건 '국적'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 롯데그룹의 상황을 예시로 꺼냈다. 국적보다 더 중요한건 소비자 및 투자자와의 소통과 사업 영역내 사회관계이지 모(母)기업의 뿌리가 아니라는 점은 롯데그룹이 반면교사로 잘 보여준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표면화 된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 중 롯데그룹과 유사하게 일본기업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아프로금융그룹이 '탈(脫) 일본'을 선언했다. 아프로금융그룹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법인이 일본 법인인 '제이앤케이캐피탈(J&K캐피탈)'이어서 '일본 기업'이라는 억측을 받아 왔고 이런 억측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한다고 한다.

J&K캐피탈은 재일교포인 최윤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J&K캐피탈은 연결자산 3조1502억원을 가진 한국 법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를 지배한다. J&K캐피탈과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사이의 지분 연결 고리를 떼는 게 지배구조의 '한국화(化)' 작업의 골자다. 하지만 한국내 금융자산만 5조원대에 이르고 그 이전 한번도 일본 대주주를 상대로 배당한 적도 없는 거대한 금융그룹의 '탈(脫) 일본' 사유가 단순히 '일본 국적을 떼기 위함'이라는 건 비즈니스 마인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본인이 일본에서 사업을 해 돈을 벌고 그 돈을 한국에 투자해서 지금의 롯데그룹을 일군 사실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 한다. 본인과 자녀들의 국적 문제와 세금 납부 문제에 대해 예민했던 그도 지배법인의 국적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초연한 자세를 보였다. 수십년간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았던 이유다. 또 그는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단 한번도 일본으로 자금을 역송금한 적이 없다는 점을 자랑스러워 했다. 되레 그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셔틀' 경영에 매진했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기까지 했다.

최윤 회장을 비롯해 일본계 자금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일부 대부업체와 2금융권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일본계'라는 사실을 매우 부끄러워하는 듯하다. 그런데 왜 지배기업의 국적이 일본이라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사업의 목표와 사회환원의 방식이 정당하다면 국적이 일본이건 미국이건 개의치 않는게 자본시장의 생리다. 일본 주주가 많은 신한금융그룹이 일본 주주에게 배당을 한다고해서 국내에서 문제 삼는 집단은 거의 없다. 신한금융그룹의 사업 범위와 지배구조가 명확하고 사회환원이 확실하고 투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적이 부끄러워 조단위 자금을 들여 지배구조를 바꾸는 기업을 지금껏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수십년간 한일 양국에서 사업을 해 온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목적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다. 한국 기업의 오너로서 떳떳하게 한국 과세당국에 세금을 지불하고 있다면 그 기업이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오너의 생각은 기업 문화에 투영된다. 그가 떳떳하다면 임직원도 떳떳하다. 물밑에서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 아프로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좀 더 설득력있는 이유를 내세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좀 더 바란다면 투명하게, 그리고 한국적으로 진행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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