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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콘텐츠투자 앞둔' SKB, 과거 성과는 펀드 절반 청산 후 투자금 '반토막', 대규모 신규투자 '부담'

장소희 기자공개 2016-03-11 08:19:09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9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헬로비전과 합병을 추진하는 SK브로드밴드가 사상 최대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그간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투자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총 400억 원을 들여 투자한 콘텐츠 펀드 중 지난해 3개가 청산되고 남은 3건의 투자로 총 230억 원 정도가 운용되고 있다.

합병에 성공하면 그동안 투자한 금액의 4배에 가까운 금액을 1년만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라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투자하고 있던 콘텐츠 펀드 6개 중 절반인 3개가 청산됐다. 그 결과 전체 콘텐츠 펀드 투자금 규모도 투자를 시작한지 9년만에 400억 원에서 240억 원으로 축소됐다.

올해 청산된 펀드들은 모두 첫 투자금 대비 가치가 대폭 하락했다. 지난 2007년 25억 원을 투자한 'ISU-문화콘텐츠투자조합'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장부가치가 5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이 펀드는 지난 2014년 7월 해산 승인을 받고 지난해 12월 청산됐다.

2012년에 투자한 스톤브릿지영상콘텐츠투자조합도 같은 시기 청산 절차를 밟았다. SK브로드밴드는 1억 5000만 원 정도의 소액을 투자했지만 이마저도 반토막나면서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치 못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큰 규모(150억 원) 투자가 이뤄졌던 SKB-SBS SPC익명조합은 지난해 9월 말 청산을 마쳤다. 이 투자는 출자 당시 출자금 최소 보장액을 50억 원으로 설정해둔 덕에 이를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 투자금의 3분의 1만 건진 셈이 됐다.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펀드 투자 현황

현재는 비교적 투자금 규모가 큰 건들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산수벤처스가 운용하는 펀드 두개를 통해 주로 애니메이션 콘텐츠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 두 펀드에 들어간 초기 투자금만 185억 원이고 이 중 135억 원이 투자된 SSV컨텐츠 투자조합은 현재 185억 원으로 유일하게 장부가치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SK브로드밴드가 현재 투자하고 있는 콘텐츠 펀드 규모는 236억 원 가량이다. 지난 8일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과 합병한 이후 단독 투자키로 한 자금 규모가 15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의 투자금을 제외하고도 1200억 원 넘는 신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그것도 1년 안에 12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콘텐츠에만 투자한다는 점은 SK브로드밴드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콘텐츠 투자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을 성공적으로 합병하기 위해 파격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며 "콘텐츠 투자가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방송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의 투자 성과로 봤을 때 1000억 원이 넘는 신규투자를 1년 안에 추가 진행한다는 점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반론도 만만찮다. SK브로드밴드가 결국 자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투자 규모를 키우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유통시장을 독점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8일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계획에 대해 공동 입장자료를 내고 "SK브로드밴드는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 간 배타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사 미디어플랫폼에 콘텐츠를 수급하는 업체에게만 혜택이 국한돼 콘텐츠 산업의 미디어 자본 예속을 급격히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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