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14일 07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빅딜 위주로 수임하고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각자 자신있는 타입의 딜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기여도에 따라 딜이 끝난 뒤 차등적으로 수수료를 받아가는 관행이 한국 시장에서도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임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들은 얘기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일부 외국계 IB들은 처음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대신, 딜이 종료된 후 각 주관사별 기여도에 따라 차등적인 보너스를 지급받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고객 기업 입장에서는 무조건 주관사 수만큼 수수료를 N분의 1로 나눠 지급할 때보다 주관사별 기여도를 엄격하게 판별해야 해 번거로운 면도 있지만, 공동주관사 내지 패시브 북러너(passive bookrunner) 식으로 이름만 걸어 놓고 일은 거의 하지 않는 IB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낮출 수 있는 만큼 새로운 관행을 환영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외국계 IB들의 잇따른 한국 시장 철수와 조직 축소와도 맞물린 얘기로 보인다. 다수의 글로벌 IB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 잇따라 철수를 결정하면서 국내에서도 RBS, 바클레이즈 등 다수 외국계 IB가 지점 문을 닫았고, 도이치증권 등은 대규모 조직 축소에 나섰다. 아직 지점을 유지하고 있는 IB들 역시 글로벌 본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저마다 고민이 치열하다고 했다.
다수 뱅커들은 "이는 어찌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들어와 있는 IB의 수는 많은데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한정돼 있다. 지금까지는 수수료 나눠먹기 식의 관행을 통해 어느 정도 공존이 가능했지만, 경쟁이 보다 심화되면서 이제는 각 하우스별로 자신에게 맞는 생존 전략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
한 뱅커는 "일부 IB는 여전히 무조건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해 일단 딜을 따고 보자는 식의 전략을 쓰기도 한다"며 "우리는 수임규모를 늘려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노리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규모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본부 차원에서도 이제는 규모 위주의 리그테이블 보다는 투입한 비용 대비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수익률을 따지는 식으로 평가 방식도 더욱 엄격해지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국내 영업 환경이 급격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글로벌 IB들은 당분간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 하우스별로 생존 셈법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한국 시장이 자신만의 전략이 분명한 하우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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