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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국내영업 또 축소한다 중소기업대출 한도 축소…"고액 자산가·대기업 중심 영업 회귀"

안경주 기자공개 2016-03-21 06:31: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8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이 또다시 국내 영업을 축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한도를 감액해 중소기업 영업을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매금융부문 축소에 이어 중소기업금융도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선 씨티은행이 한국 시장에서 손을 털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2015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중견·중소기업 대출한도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씨티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상 하위등급에 속하는 기업이다. 또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씨티비즈니스의 포트폴리오 한도 역시 감액했다.

씨티은행은 "중견·중소기업의 하위등급 포트폴리오 한도비율을 다소 축소하고, 과거 한도사용 추세와 사업계획을 토대로 씨티비즈니스의 포트폴리오 한도 감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금융부문에서도 포트폴리오 한도를 조정했다. 씨티은행은 자산최적화 및 부유층 세그먼트 공략을 감안해 모기지(mortgage) 한도감액을 중심으로 모든 상품 한도를 감액했다. 소매금융 축소를 위해 영업 수단(상품)도 제한한 것이다.

업계에선 씨티은행의 이번 포트폴리오 한도 조정을 중소기업금융부문 축소로 보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 영업을 축소해 온 상황에서 한도를 줄여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대출을 줄여왔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5조7327억 원으로 전년말(5조9432억 원)대비 3.54%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7.36% 증가한 1조5832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한도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씨티은행도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대출을 줄여왔다는 점에서 대출한도 축소는 영업을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대출추이

여기에 씨티은행이 올해 주요 경영전략으로 고객 자산관리(WM) 강화를 내세우면서 국내 영업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5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올해 경영목표로 △성장의 구심점 강화 △민원 없는 은행 △디지털 경쟁력 향상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핵심 고객 유치 △해외사업 수익 확대 △최적화된 영업망을 통한 영업목표 달성 등을 정했다.

또 고객 자산관리에 전문성을 두고 스마트 골드 허브 점포를 확대하는 한편 관계중심형 영업모델을 통해 고객 맞춤형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일각에선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기 전 영업모델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비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경우 한미은행 인수 전 국내에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영업과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자산관리서비스에 집중했다"며 "최근 영업방향이 이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과 중소기업금융 등 수익성 낮은 사업에서 철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특히 씨티은행이 자산관리 중심의 영업을 추진하면서 구조조정설과 맞물려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씨티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잇따라 각종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최근 참 똑똑한 A+통장, 원더풀 등산·마라톤·골프통장, 모을수록 오르는 맥스 통장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5개 예금상품의 약관을 고쳐, 다음달 11일부터 일부 수수료를 면제해주던 혜택을 없앴다.

씨티원 예금의 타행 ATM출금 수수료 면제 혜택도 월 평균 잔액 1000만 원 이상일 때에만 무제한으로 유지하고, 이 금액 미만이면 면제 횟수를 축소했다. 이는 일반 고객의 비중을 줄이고 돈이 되는 자산관리 고객에 더욱 집중하려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국내영업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씨티은행의 본심은 예측하기 힘들다"며 "다만 씨티그룹 차원에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대한 철수에 나선 만큼 씨티은행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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