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11일 0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 입장에서 KB저축은행은 문 앞에 버려진 '업둥이'나 다름없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한창이던 2012년 1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 의해 떠넘겨진 제일저축은행이 모태였기 때문이다. 1년여 후인 2013년 7월에는 예한솔저축은행까지 품어야 했다.부실자산만 무려 40%에 육박하는 골칫거리를 떠안았으니 KB의 안색이 좋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저축은행 이미지가 크게 나빠져 KB금융 브랜드를 걸고 영업을 모색하는 것도 위험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런 KB저축은행이 지난 회계연도(2015년 7~12월)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 회계연도 변경에 따른 6개월 간 실적임에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배나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44억 원에 달했다. 순이익이 20억~40억 원에 머물고 있거나 적자가 난 다른 은행계 저축은행들에 비해 월등하다. 자산 8400억 원 규모의 중형급 저축은행이지만 두 배나 큰 대형 저축은행보다도 수익 면에서 좋은 성적표를 내놨다.
물론 이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KB금융그룹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의사결정, 리스크관리, 인사시스템 등을 원점에서 뜯어고쳤다. 작년에는 영업점 11개 중 5곳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 마케팅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서민금융부를 온라인채널부로 확대 개편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준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주력상품으로는 10%대 중금리 대출상품 '착한대출' 시리즈를 내세웠다. 94% 가량이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나가는 착한대출은 작년 11월 예금보험공사 주최로 열린 '저축은행의 건전한 발전방향 모색'에서 업계 대표 중금리 상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덕분에 KB저축은행은 이미지 개선과 수익성 제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돈을 많이 벌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고금리 대출 논란도 피해갔다.
KB저축은행의 성과는 다른 은행계 저축은행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실사태 이후 5년이란 시간이 흘러 저축은행들이 옛 상흔을 씻고 다시 일어서는 와중에도 은행계 저축은행은 회복이 더딘 편이다. 심지어 아직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있다.
은행지주가 저축은행을 천덕꾸러기 취급하는데다 그룹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직한 은행계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은행지주의 정책을 '나서지 말고 사고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본의와 상관없이 맡겨진 저축은행들이 헌신짝 취급 받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KB는 저축은행도 관심을 갖고 돌보면 밥 값하는 제 식구로 키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5년의 시간동안 피하지 않고 부딪치면서 해법을 찾은 것이다. 저축은행을 품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KB의 성과를 귀감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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