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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S-OIL 버리고 한진해운 택한 대가 [기업 구조조정 파장]1조 투입, 남은건 빈손 BBB+도 불안…기회비용 '연 배당금 1000억'

민경문 기자공개 2016-04-28 08:39: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말 한진그룹은 3조 50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2조 원 규모의 에쓰오일 지분을 파는 대신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을 늘려나가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매년 짭짤한 배당금 수입을 가져다 준 '캐시카우'를 버리고 한진해운의 신용위험을 떠안기로 한 대한항공의 결정에 당시 채권업계는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단호했다. 육상(한진), 해운(한진해운), 항공(대한항공)을 모두 갖춘 종합물류 그룹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였다. 2014년 초 한진해운 회장에 취임할 당시에는 "한진해운이 흑자가 될 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다행히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며 한진해운은 살아날 것처럼 보였다. 작년에는 36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말은 좋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컨테이너선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업황이 악화하며 유동성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지원군 때문에 현대상선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희망사항'에 그쳤다. 작년 말 기준 5조6000억 원에 달하는 차입금은 현대상선보다 8000억 원 이상 많았다. 대한항공 입장에서 한진해운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 없었다.

대한항공이 지난 2년 간 한진해운에 투입한 자금은 1조 원에 달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 원을 지원하더니 대여금 명목으로 2500억 원을 추가로 빌려줬다. 한진해운은 결국 대여금을 갚지 못하고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다면 이는 고스란히 대한항공의 손실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4년 한진해운의 2000억 원 규모 영구 교환사채(EB) 역시 대한항공이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한진해운에 들어간 돈은 작년 초 에쓰오일 지분 매각으로 유입된 자금과 거의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작년 1월 에쓰오일 지분 28.4%를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에 처분했다. 총 거래 규모는 2조 원이었는데 한진에너지 차입금 상환 등을 제외하고 9000억 원 가량을 손에 쥐었다. 덕분에 부채비율 감축 효과도 누릴 수 있었지만 시장의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대신 에쓰오일 지분을 계속 갖고 있었더라면 연 1000억 원의 배당금 수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에쓰오일의 상황을 고려하면 당시 대한항공의 의사 결정은 더욱 아쉽게 비쳐진다. 2014년 28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에쓰오일이지만 정제마진 회복으로 지난해 6316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무려 432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14.3%)만 보면 2004년 4분기(14.5%)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에쓰오일 배당금의 경우 작년보다 1500%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인수로 얻은 건 추락한 신용등급뿐이다. 한 때 A급 대표 회사채로 입지를 확고히 했던 대한항공이었지만 이제는 BBB+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기관투자가들도 대한항공을 멀리한 지 오래다. 이제는 리테일 영역에서 간신히 물량을 소화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10년 만에 사모 일반 회사채(SB)를 발행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를 천명하자 신용평가업계도 "대한항공의 계열 지원 위험이 낮아졌다"며 이제서야 안도하는 눈치다.

시장 관계자는 "당시 에쓰오일을 버리고 한진해운을 사들인 의사 결정이 '모 아니면 도'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으로선 '도'로 귀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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