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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프론티어마켓 '이슬람'에 주목 [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

고영경 교수공개 2016-05-16 08:51:33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2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으로 한 차례 뜨거운 이슬람 시장 진출의 열풍이 불었다. 테러와 할랄산업단지 무산 등으로 이내 사그라드는 듯 싶더니, 며칠 전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다시금 중동 바람이 일고 있다.

중동이라면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내 건설사들이 일으켰던 중동 건설 붐을 먼저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당시 중동 근로자들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끄는 역군들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그 뿐 이었다. 이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공사 미수금이 현대건설 등 중동 건설 붐을 주도하던 국내 대기업 건설사들을 자빠뜨린 원인이 됐고, 30~40년이 지난 현재는 제 살 깎는 수주 경쟁 탓에 이익은 커녕 손해만 안봐도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동을 포함한 이슬람 문화권을 대규모 건설 사업의 현장으로만 여겨왔을 뿐, 건설 플랜트 외에 의외로 큰 시장이 있다는 사실에는 정작 주목하지 않았다. 이슬람 지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시장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진출과 성장의 여지가 큰 또 하나의 프론티어마켓이다.

이슬람 문명 안에서 고대 인류 상업의 중심지들이 일찍이 탄생했었다. 멀리 신라로부터 유럽까지 이어진 실크로드의 축으로, 차와 향신료 무역의 거점으로, 이슬람은 바그다드와 같은 도시들을 탄생시켰다. 아랍 상인들은 페르시아에서 출발하여, 인도 서해안과 실론섬을 거쳐 말레이반도의 무역중심지 말라카에 도달했다. 이어서, 싱가포르, 태국, 캄보디아를 차례로 지난 다음 중국에 닿았다. 포교와 교역을 내세운 이슬람은 이 길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국을 떠나 유럽이나 아시아 등 그 어디에 가더라도 무슬림을 만나게 된다. 이슬람은 중동에서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하나의 새로운 '이슬람 시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현재 20억 명을 넘는 전체 무슬림 인구는 2050까지 28억 명, 전체 30%에 다다를 것 전망이다. 만일 지금과 같은 인구증가율이 계속된다면 20-30년 안에 전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중동보다 많은 60%의 무슬림이 동남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무슬림만 해도 2억 명이 넘는다. 최근 계속되는 저유가로 인해서 중동 국가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슬람 경제 전체가 내려앉고 있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슬람 경제의 산업 구분은 일반적인 산업 분류와는 다르다. 종교적 가치에 근거, 이슬람 금융과 할랄 산업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존재한다. 이슬람 금융이 국가라는 지역적, 제도적 한계가 있는 반면에, 할랄 음식은 훨씬 보편적이다. 할랄이란 이슬람율법에 의해 허용된 것을 뜻하며, 음식 뿐만 아니라 가공-포장-보관- 운송 등 전과정이 해당된다. 톰슨 로이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할랄 음식과 라이프스타일 섹터(화장품, 의약품, 패션, 여행, 미디어, 여가활동 등)에 대한 무슬림의 소비가 2013년에 이미 2조 달러를 넘어, 2019년에는 3.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8%의 연평균 성장률이 적용된 것으로, 그만큼 이 시장의 잠재력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급속한 성장에는 이슬람의 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이러한 추세가 금세 꺾이지는 않을 듯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러한 시장을 지나칠 리 없다. 맥도널드와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회사들은 이미 할랄 제품을 생산 판매해왔으며,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의 경우는 할랄 제품을 위한 별도의 농장과 시설이 여럿 존재한다. 중국과 일본도 할랄 시장에 대한 진출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이미 자국내 이슬람 인구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에 대한 투자를 업고 할랄 시장에 접근한다. 일본은 이미 말레이시아 등에서 인정한 할랄 인증기관이 있으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얻고 있다.

반면 국내 법규 자체가 느슨해서인지, 한국제품은 내용물의 성분 내용 및 원산지 표시 자체가 부족하다. 작년부터 정부가 할랄 인증을 장려하고 각종 지원사업 등을 시작했지만, 졸속이라는 비난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충분한 이해와 전략적 접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 할랄인증과 농식품 위주의 수출 전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의 경우 농장과 현지 유통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와 스마트 농업 공동개발 등으로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 아직 이 부분은 블루오션에 가깝다.

그리고 식품 이외의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패션과 여행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소위 명품 브랜드에서부터 H&M까지 패션업체들이 무슬림 여성을 위한 패션을 앞다투어 출시했고, 무슬림 관광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을 여행한 필자의 무슬림 동료는 에버랜드에 기도실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한류와 한국제품의 인기는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한국 내 할랄 식당이나 산업단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세심한 서비스와 문화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컨텐츠 그리고 마케팅 플랫폼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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