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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암코 영구법인 전환]'공적 성격' 재논의 필요성 '숙제'④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주도 역할...당국 개입·시장 메커니즘 기대 '한계'

윤동희 기자공개 2016-06-01 09:58:47

이 기사는 2016년 05월 31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명실상부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서의 지위를 획득했다는데 영구법인 전환의 의미가 있다. 다만 적지 않은 업적을 쌓아 영구법인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유암코에 해당 역할을 부여한 곳은 금융당국이었고 필연적으로 유암코는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암코 업무 방식과 내용은 '사적' 성격이 강해 업무 추진 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유암코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암코는 지난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1406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증자로 기존 주주인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의 지분은 종전 17.5%에서 14.0%로,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15.0%에서 14.0%로 낮아졌다. KDB산업은행은 이들 6개 주주와 같은 14.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2.0%의 지분을 보유한다.

소폭의 지분율 조정을 제외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분비율이 늘어나게 됐다는 점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신한, 하나, 국민, 우리은행 등 민간은행의 지분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이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공동 주주로 들어오게 됐다. 유암코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달라질 수 있는 배경이다.

유암코
(단위: 억원) 출처: 2015.10. 금융위

유암코의 주주 구성을 차치하더라도 유암코가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관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암코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서 업무를 개시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유암코의 역할을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금융위의 주문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공적인 목표의식은 있지만 시장에서 지위는 민간 재무적 투자자(FI)와 크게 다르지 않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유암코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금융당국의 지원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시장 친화적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취지에서 당국의 개입은 또 최대한 자제돼야 해 단순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적기능과 사적기능 한쪽만 강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지만 유암코는 동부건설이나 르네상스호텔 딜과 관련해 다른 원매자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입찰 절차를 거쳤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민간GP에 파격적인 펀드 운용 보수체계를 적용하는 등 공적인 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반면 오리엔탈정공처럼 채권은행들로부터 채권을 인수협상하는 과정에서는 민간 경쟁자가 없어 적정 가격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채권은행 실무 담당자들이 사후 감사가 두려워 수의계약을 꺼린다. 지난 23일 한국금융연구센터에서 진행한 '기업구조조정 이제 시장이다' 라는 정책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가격'의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3일 한국금융연구센터 심포지엄에서는 한 교수는 "(구조조정을 논할 때)은행이 공적기능을 하느냐, 사적기능을 하느냐를 두고 따질 때 은행을 단순히 사적인 기관으로만 봐서는 안될 것 같다"며 "유암코의 기능 또한 그런(공적 기능) 쪽으로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암코의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냥 공적기능만 강조할 수 없다. 지난 달에는 금융감독원이 워크아웃 채권 매각업무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며 은행들과 마찰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공개 입찰로 진행되는 부실 채권 매각 과정의 최소 매각가와, 협의 매각의 매각 기준 가격의 산정 기준을 제정토록 했다. 은행권은 이러한 지침을 두고 사실상 채권 매각 과정의 가격 변수에 금융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당국의 개입 사실여부와 관계 없이 은행들은 수의계약 뿐 아니라 유암코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시 말해 유암코가 시장 주도 기업 구조조정 분위기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민간 플레이어의 참여가 없는 영역에서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완전히 시장 논리에만 맡기기도 그렇다고 당국에 기대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빈기범
자본시장 메커니즘(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X표는 국내 자본시장 역할 중 미흡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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