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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콘텐츠 투자시장 재조명②]내수시장 한계 + 투명하지 않은 제작사 + 불공정 수익 배분 '개선돼야'

김나영 기자공개 2016-06-08 08:37:44

이 기사는 2016년 06월 02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수 문화콘텐츠 시장이 10년간 3배로 성장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익률이 3배로 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이에는 무분별한 투자로 -30% 수익률을 맛본 구간도 존재한다. 이후 콘텐츠의 질적 신장이 뒷받침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수출이 이뤄지자 비로소 전환기를 맞이한 셈이다,"

문화콘텐츠 투자시장에 오래 몸담았던 관계자들이 바라본 문화투자의 과거다. 그간 문화투자에서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점은 시장의 한계성이었다. 여기에 배분의 불균형 문제까지 겹치면 여느 투자사들은 쉽게 나서기 힘들 정도였다.

◇ 정책자금으로 키운 내수…콘텐츠 질, 뒤늦게 올라와

투자금융(IB)업계에서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국가의 안보나 이익과 직결될 때, 목적성을 기반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할 때, 자연적 성장이 힘들어 인위적으로 활성화해야 할 때 등이다. 이 중 문화콘텐츠 투자시장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에 맞닿아 있다. 다른 투자금융과 구별되는 점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문화콘텐츠 투자시장이 투자의 한 형태로 자리하기까지 쏟아부은 정책자금의 규모는 작지 않다. 앵커 유한책임출자자(LP)인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출자금만 10년간 5000억 원에 달할 정도다. 출자비율도 한때 최고 70%에 달하는 등 펀드를 결성하는 위탁운용사(GP) 입장에서는 수혜가 상당했다.

정책적인 목적을 분명히 하자 자금이 흘러들어왔고 문화콘텐츠 내수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인 영화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 영화업계가 총 관객 수와 매출액을 처음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통계에 따르면 2004년 개봉한 모든 영화의 관객 수는 6925만명, 매출액은 4407억 원이다. 11년이 지난 2015년 말 현재는 관객 수 2억 1730만명, 매출액 1조 7155억 원으로 올라섰다.

문화콘텐츠 투자시장이 바로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내 영화투자조합들의 경우 2007~2008년 수익률이 -30%로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에 있어서는 가히 실격으로 분류할 수 있는 수치다. 11개 분야 중 그나마 돈이 된다는 5개 분야, 그 중에서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영화분야에서 마이너스가 났다면 다른 분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국내 영화 총 매출액 및 관객 수
국내 영화 총 매출액 및 관객 수 <출처=영화진흥위원회>

사정이 이렇다보니 GP들 사이에서는 '문화투자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은연 중에 박혀 있다. 보다 모험자본의 성격을 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널리 퍼져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 투자 등에 비해 생각보다 대박 수익률이 나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문화콘텐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은 십여 개가 조금 넘는다. 이는 중소기업청에 등록돼 있고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는 벤처캐피탈 기준이다. 전체 벤처캐피탈 수가 창업투자사(LLC 포함) 130여 개, 신기술사업금융사 3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이들이 바라본 그간 문화콘텐츠 투자가 돈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 심사역들이 하나같이 지적한 것은 시장의 한계성과 배분의 불합리성이다.

◇ 모험자본 중에서 일부 문화전문 투자사만 나서

시장에 대한 우려는 내수 규모의 확대가 불가능한 데서 출발했다. 국민들의 소득이 올라가면 기본적인 의식주 외 문화 분야에도 돈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소득이 정체되는 분위기와 함께 인구 증가율이 고착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다행히 현재는 콘텐츠의 질이 올라가면서 언어와 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출이 활발해지는 단계다. 하지만 이 사이에 무분별하게 만들어졌던 일부 콘텐츠에 투자처를 찾던 자금이 몰리면서 실패를 맛본 것이다.

한 문화투자 벤처캐피탈 임원은 "2000년대 중반쯤 정책적인 이유가 뚜렷해지자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자금이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막상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며 "콘텐츠의 질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시기에 투자했던 것들은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기는커녕 원금까지 손실을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배분 구조에서도 투자사들이 일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 문화콘텐츠 투자시장에는 제작사, 유통·배급사, 투자사가 공존하고 있다. 이 중 제작사는 자금을 전혀 대지 않음에도 수익의 40%를 가져간다. 반대로 손실이 났을 때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실질적인 배분 권한을 쥔 유통·배급사와의 관계도 있다. 영향력 있는 유통·배급사가 라인업을 정하면 투자사는 그리 솔깃하지 않은 작품에도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향후 대박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소규모 손실을 깔아두는 셈이다.

다른 문화투자 벤처캐피탈 임원은 "한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더라도 제작사가 수익금의 절반 가까이 가져가는 만큼 투자사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반 벤처투자와 달리 최대 수익이 멀티플 2.5배 정도에 그치는데도 손실이 날 만한 리스크까지 있다면 쉽게 투자를 감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정책자금이 투입되더라도 투자와 회수에 있어 중요한 배분의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데 과거 제작사의 도덕적 해이 등 투명성 논란까지 겹치면 더욱 그렇다"며 "문화콘텐츠분야도 투자시장인 만큼 납득할 만한 배분이 이뤄져야 하며 특히 균형잡힌 분배 기준을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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