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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인베, 대기업 계열 창투사 '모범답안' [LB인베스트 20주년①]국내 대표 VC 자리매김···401개 기업·9988억 지원

김동희 기자공개 2016-07-06 08:03:02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5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이 무슨 벤처투자냐며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벤처기업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기술을 뺏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소리소문 없이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오해도 받았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 계열분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창립 20주년을 맞는 현재 적어도 이 같은 이유로 LB인베스트먼트(옛 LG창업투자)를 의심하는 이들은 많이 사라졌다.

LG전자와 LG상사라는 대기업의 지원으로 출범한 LB인베스트먼트는 계열 분리 등의 숱한 부침을 겪으면서 어느 덧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로 성장했다. 여전히 대기업 계열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벤처조합 결성부터 투자, 회수 등에 경험을 축적하면서 국내 최고의 벤처캐피탈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지금까지 국내외 401개 벤처기업에 9988억 원을 투자했다. 연간 평균 20개 기업에 500억 원 가량을 지원한 셈이다. 올해 신규 투자를 감안하면 누적 투자금액은 1조 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처음부터 투자가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가 대기업의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 설립을 허용한 1996년 4월, 대우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창투사를 만들면서 LB인베스트먼트는 고민에 휩싸였다. 투자 시스템을 비롯해 투자전략이나 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세워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립초기 외부에서 영입한 6~7명의 벤처심사역과 LG전자에서 내려온 관리담당 임직원들의 신뢰관계도 구축해야 했다.

LG전자에서 자재관리와 기획 심사 부분을 거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영준 초대 대표이사는 임직원들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며 벤치마킹을 시작했다. 벤처기업의 기술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투자심위위원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심도 깊게 연구했다. LG그룹 회장실에서도 컨설팅 등을 지원하며 힘을 실어줬다.

LB인베스트먼트가 본격적으로 벤처조합을 만들어 투자에 나선 것은 설립 2년이 지난 1998년이다. 당시 정보통신부(현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출자사업)가 처음으로 출자사업을 진행한 '제1호 정보통신전문투자조합'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100억 원 가량의 펀드를 결성했다. LG전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은 물론 자체적으로 성장가능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투자는 대성공했다.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퓨처시스템 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총 344억 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44%에 달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때부터 LB인베스트먼트는 창투사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정통부 등 출자사업을 진행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에게도 신뢰를 주며 1999년 2호 MIC 99-3 LG투자조합(100억 원)과 3호 밀레니엄LG투자조합(20억 원) 등의 벤처조합을 결성했다. 2000년에도 4호 LG-CEO 펀드(100억 원)과 5호 뉴프론티어LG투자조합(100억 원), 6호 에이스LG투자조합(100억 원)을 만들었다. LG그룹의 출자를 받아 특허 등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도 결성했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벤처버블이 꺼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00년에 526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01년에 21억 원으로 줄더니 2002년에는 결국 당기순손실(90억 원)로 전환했다. 2003년에는 손실 폭이 더 커져 32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03년 1월 취임한 구본천 대표는 과거 부실을 모두 떨어내며 새롭게 시작했다.

구 대표가 LB인베스트먼트의 재도약을 위한 비전 2007을 제시하면서 현재와 같은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의 모습을 구축해 나간 것이다. 현재 벤처부분 대표를 맡고 있는 박기호 대표 등 대부분의 임원을 이 시기에 영입했다. 펀딩, 투자, 회수의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도 이 때 기틀을 마련했다.

구본천 대표 일가는 1999년 말 LG전자와 LG상사가 갖고 있던 LB인베스트먼트 지분을 모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2000년 4월에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외형상 LG그룹과의 연결고리도 끊었다. 다만 LG그룹과 의 인연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구본천 대표는 LG그룹의 직계혈통이다. 아버지인 구자두 회장은 LG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넷 째 아들이며 구자경 LG명예회장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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