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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IPO, 금융당국 고섬 트라우마에 표류

배지원 기자공개 2016-07-18 09:00:0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14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아직 고섬의 악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하다. 잠재력과 성장성을 갖춘 중국기업이 다시 한국증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지만 금감원의 눈길은 차갑기만 하다. '중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재정정은 통과의례가 되고 있다.

헝셩그룹은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수요예측 연기까지 했던 터였다. 이 때문에 좌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앞서 상장한 크리스탈신소재, 로스웰인터내셔널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금융당국의 반려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외국기업에 대해 투자자가 판단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두루뭉술한 지적만 반복됐다. 최근 중국원양자원이 허위공시로 또다시 도마에 오르자 금감원은 이를 인식한 듯 보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물론 과거 한국시장을 찾은 중국기업의 경우 증권신고서가 부실했던 측면이 있다. 거래소 등 유관기관의 관리가 안일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성장 정체 산업군 내의 기업을 받으면서 이들의 실적은 바닥을 쳤고 분식회계까지 일삼는 경우도 있었다. 허위공시와 더불어 저조한 수익성으로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은 과거에 상장했던 중국기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이전 상장 폐지된 기업들이 1차 산업, 경공업 중심이었다면 현재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신소재, 첨단기술 업체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도 많다.

이미 상장한 크리스탈신소재, 로스웰인터내셔널은 공모가 대비 20~40% 이상 주가를 끌어올리며 매력을 입증했다. 특히 크리스탈신소재는 시장에 남아있는 불신을 없애기 위해 배당을 결정하기도 했다. 로스웰인터내셔널은 수요예측에서 600개에 가까운 기관의 선택을 받아 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단순히 중국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당국이 이들을 밀어낸다면 한국증시에 새로운 활력을 찾기 어려워진다. 넓은 시장을 발판으로 하고 있는 중국기업의 성장세는 분명 매력적이다. 공시대리 의무, 보호예수 강화, 거래소와의 확약 등 투자자 보호도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아직도 고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당국의 제재는 시장 전체적으로 볼때 득보다는 실이 크다. 확실한 명분없이 공모일정을 번번이 미루게 하는 건 IPO를 추진중인 기업에게 치명적이다. 상장에 있어 타이밍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또 금융당국의 심사를 순조롭게 통과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남기기도 한다. 이같은 낙인효과는 투자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와 IB는 과거의 사태로부터 한층 성숙해졌다.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안목이 생겼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떤 요소를 강화해야 하는지도 배웠다. 학습을 통해 더 나은 시장을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금감원은 과거에 갇혀 모호한 정정요구를 거듭하고 있다. 역동적 금융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금감원의 포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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