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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PE, VC 후속투자 강자로 부상 외국계 PE 투자패턴 이어받나...새 트렌드로 부상

김나영 기자공개 2016-08-08 08:14:52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5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투자회사(PE)들의 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 최근 토종 PE들은 벤처캐피탈(VC)에서 투자했던 기업에 후속으로 투자하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가치 산정에도 다소 후한 편이라 불과 수개월 만에 몇백억 원대였던 밸류에이션이 몇천억 원대로 껑충 뛰어오른다.

PE들의 VC 후속투자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만한 변화다. 과거 외국계 PE의 움직임을 국내 토종 PE가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얼마 전만 해도 이러한 후속투자는 외국계 PE에만 한정되는 분위기였다.

◇ IMM PE·JKL파트너스 등 토종 PE가 '눈독'

국내 PE가 국내 벤처캐피탈 또는 엔젤이 선점한 투자기업에 후속투자하는 것은 지금까지 매우 드문 일로 분류됐다. 그러나 최근 한 달 새 연속 두 건의 딜이 이러한 형태로 체결되며 사모투자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IMM PE의 레진엔터테인먼트, JKL파트너스의 위드이노베이션 투자가 바로 그 예다. 지난달 체결이 완료된 이 딜들은 해당 기업의 초기 밸류에이션에 '0'이 하나씩 더 붙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이번 딜로 2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IMM PE로부터 5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벤처캐피탈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10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구주를 인수한 지 9개월 만이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보유하고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는 빅뱅엔젤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 엔젤 및 국내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위드이노베이션 역시 2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산정받아 JKL파트너스로부터 240억 원의 투자금 유치를 완료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5개 벤처캐피탈로부터 1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지 7개월 만이다. 숙박 앱 여기어때를 운영 중인 위드이노베이션의 기존 투자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보광창업투자, 대경창업투자 등이다.

◇ 영역 오버랩, 외국계 PE가 먼저 시작

VC와 PE는 같은 사모투자의 영역에 속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 투자의 본고장에서는 이미 각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진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영역 오버랩은 시도된 바 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느리게 진행돼 왔다.

때문에 국내 PE의 이 같은 투자 트렌드 변화는 벤처캐피탈업계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사가 국내 VC의 투자기업에 발빠르게 후속투자로 들어온 것도 이미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모바일 앱 직방과 배달의민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말과 2014년 말 이들 기업에 각각 380억 원, 4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기업들의 기업가치는 불과 수년 만에 수직상승했다.

직방을 만든 옛 채널브리즈는 지난해 12월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100억 원 상당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 38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3월 밸류에이션 1000억 원으로 8곳 벤처캐피탈로부터 21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지 9개월 만이다.

직방은 2011년부터 국내 벤처캐피탈인 스톤브릿지캐피탈, 포스텍기술투자, 캡스톤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미국 블루런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현재 기업가치가 40배가량 뛰었다.

◇ 밸류에이션 수십배 뛰어...기존 VC 엑시트 강화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도 2014년 11월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2월 120억 원 규모의 3차 벤처캐피탈 펀딩이 완료된 지 9개월 만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부터 국내 벤처캐피탈인 본엔젤스,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을 비롯해 미국 알토스벤처스, 일본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로부터 총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중국계 PE인 힐하우스 캐피탈그룹 컨소시엄으로부터 57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총 1120억 원의 투자금으로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힐하우스 투자 전 마지막으로 산정된 밸류에이션은 3000억 원이나 투자 이후 2배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 투자유치 당시에 비해 기업가치가 수십 배 이상으로 올라선 것은 당연하다.

VC 투자기업에 PE들이 후속으로 투자하는 것은 분명 장단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사실 VC 입장에서는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영역이 완전히 무너지고 무한경쟁에 돌입한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투자했던 기업에 PE가 들어오면 구주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측면에서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PE 후속투자를 받은 기업들도 경쟁사에 비해 빠른 성장이 가능해진다. VC 투자금에 비해 대규모 자금으로 진입장벽을 쌓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근래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매출이 확대되는 투자기업 중 PE 후속투자를 바라는 곳도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PE와 VC를 이어주는 전문 브로커리지사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VC 투자기업에 대한 PE 후속투자의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투자업계의 신규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하게 되면 기존 투자사들이 새롭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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