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현대상선, 한진해운 공백 메울 수 있나 [한진해운의 눈물]④물류대란 수습도 벅차,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외 화주 등 돌려

이효범 기자공개 2016-09-13 11:32:00

이 기사는 2016년 09월 12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다음날인 지난 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현대상선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한진해운의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양대 국적선사에서 단일 국적선사 체제로 연착륙을 통해 국내 해운 경쟁력을 회복시킨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 우량자산을 떼 내 현대상선에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내놨다.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당장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수습하는데 주력했다. 정부와의 사전교감을 통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전부터 컨테이너 20만 개를 확보하고 대체선박을 물색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에는 미주노선을 항해하는 대체선박을 투입했다. 대체선박은 아직 선적되지 않은 국내 화주들의 화물을 한진해운 대신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물류대란 속에서 현대상선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하역비 등을 지급하지 못해 공해상에 떠있는 한진해운의 선박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물류대란이 수습되더라도 정부의 예상과 달리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을 예전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계 7위의 국적선사를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이례적인 사태로 오히려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컨테이너수송량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각각 5조 7686억 원, 7조 7355억 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를 운반해 매출의 77%를, 한진해운은 전체 매출의 92.4%를 올렸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컨테이너 수송량은 462만 4140TEU로 현대상선의 293만 111TEU보다 57.81% 많다. 사실상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운송 물량을 모두 흡수한다면 현대상선은 연간 매출액 10조 원을 가뿐히 넘어서는 해운사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원양 컨테이너시장에서 한진해운이 운반해 온 물량을 현대상선이 고스란히 흡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한진해운과 거래를 해왔던 화주와 고객사들이 현대상선에게 물량을 몰아줄리 없기 때문이다. 화주들은 해외선사들과 얼마든지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거래를 한번이라도 했었던 화주는 3만 5000곳에 달하고 그 중에 주로 거래하는 화주 등은 1만 9000곳 정도"라며 "이를 현대상선이 고스란히 흡수하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국내 화주가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해외화주가 한진해운 대신 현대상선에 화물을 맡길지도 불투명하다"며 "운임이 더싸고 세계적으로 순위가 높은 선사들에게 화물을 맡기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진해운의 작년 매출 7조 7355억 원 중 대부분은 해외 화주들의 화물을 운송해 거둔 매출이다.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이 매출은 해외 컨테이너선사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이 벌어들여 국내로 유입됐던 외화가 상당부분 사라지는 셈이다.

2015 한진해운 영업보고서_국문-38


한진해운의 보유자산을 현대상선이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부채를 제외하고 선박이나 영업 네트워크, 그리고 인력 등의 자산을 현대상선에 흡수합병시킨다는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알짜자산이 남아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선박 등의 자산이 매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관리하에 입찰을 통해 처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이를 인수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을 인수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그만큼 화주를 통해 화물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진해운과 거래를 해왔던 화주와 고객사들은 한진해운의 영업네트워크 때문에 화물을 맡긴 게 아니다"며 "화주들 입장에서는 운임료와 '한진'이라는 브랜드, 운송 노하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진해운과 거래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주가 화물을 운반하는 해운사를 선정할 때는 영업네트워크보다는 운임이 더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머스크 등 일부 해외선사들은 해외지점을 늘려 영업네트워크를 강화하기 보다는, 화주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화물 운송을 직접 주문하는 시스템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돌입으로 현대상선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7위 국적선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일로 한국 해운업에 대한 신뢰를 깨트리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포워딩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물류기업들이 이미 한국선사 이용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각 지점에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 7위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고, 현대상선 역시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낸 상황이라 이 같은 물류대란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