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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기업 옥죄는 제도 아니다" [thebell interview]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강우석 기자/ 서정은 기자공개 2017-02-10 09:33:00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7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1호 사회책임투자(SRI) 컨설팅 업체다. 2006년 9월 설립됐지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삼성전자 기관투자자들에게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면서부터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나타난 반대 목소리였다.

지난해 12월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서 서스틴베스트를 향한 러브콜도 부쩍 잦아졌다. 류영재 대표(사진)는 6일 머니투데이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미나 요청이 몰려드는 것을 보며 스튜어드십코드가 시행됐다는 게 실감난다"며 "스튜어드십코드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영재 대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스튜어드십코드, 기업 옥죄는 제도 아니다"

류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두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국내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두고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제도'라고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튜어드십코드 논의가 나오자 재계는 거부반응을 강하게 보여왔다. 이들은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 단체 5곳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동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는 "스튜어드십코드가 시작된 영국의 맥락을 이해해야한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스튜어드십코드의 본래 취지"라고 말했다. 기업가치가 향상돼 투자자들의 이익까지 만드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존 경영진 모두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경영을 잘못하는 경영진'에게 위협적인 요소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한다"며 "다만 극단적인 갈등이 생기기 전까지 우호적인 방식으로 회사의 발전 방향을 찾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000조 원의 운용자산을 자랑하는 블랙록(BlackRock)의 사례를 제시했다.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 CEO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방침이지만, 기업 경영의 일상적인 부분까지 간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최근 밝힌 바 있다.

그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최소화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 지배구조를 갖춘 곳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리인 문제는 대리인이 위탁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뜻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현대 전문경영인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 집단 60여 곳의 오너일가 지분은 8% 안팎에 불과해 배당을 많이할 유인 자체가 없다"며 "저배당 기조,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도 대리인 문제의 사례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지배구조 퇴보…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 위해 인센티브 있어야"

그는 대뜸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ACGA는 CLSA증권과 함께 기업지배구조를 국가 단위로 분석하며, IMF 역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A)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두 보고서의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중·하위권의 기업지배구조를 지녔다'는 것.

그는 지난 10여 년 간 제도는 개선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질적인 지배구조는 외려 퇴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사외이사 제도,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법적, 제도적 측면 위주로 진행돼왔다"며 "기업의 지배구조가 건강해지기 위해선 내부 통제와 더불어 외부 통제도 강화돼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공표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외부통제 수단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외부통제의 강화가 필요했던 시점에 스튜어드십 코드의 개괄적인 윤곽이 마련됐다"며 "해당 기준이 기업지배구조의 한 축인 외부통제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곳은 전무하다. 도입 초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들은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독려 유인이 없고, 기업들의 의사 결정에 지나치게 개입할 우려가 있다며 발을 빼는 분위기다.

그는 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산시키기 위해선 참여하는 자산운용사에 가점을 주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류 대표는 7개의 원칙 중 세 번째 원칙에서 '감시(Monitoring)'라는 단어가 빠진 것을 우려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천하려면 모니터링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라며 "감시라는 표현이 빠지면서 기준이 너무 느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류 대표는 "영국에도 한국처럼 5%룰이 존재하지만, 특정 기관들이 모여 단체행동을 취할 여지를 별도로 마련해뒀다"며 "이번에 마련된 국내 기준으로는 기관들의 단체행동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약력

-1983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1985 한양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석사 (국제정치학 전공)
-2004 Ashridge Business School, MBA
-1987~1992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 기획조사실
-1992~1993 SK증권
-1993~1998 동방페레그린증권 명동지점장
-1998~2002 현대증권 동소문지점장
-2006~현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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