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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시멘트 시장 판도, 고민 빠진 PE들 ③한앤컴퍼니·글랜우드-베어링PEA, 엑시트 전략 수정 불가피

정호창 기자/ 한형주 기자공개 2017-04-03 08:55:20

[편집자주]

현대시멘트 새 주인이 한일시멘트 컨소시엄으로 정해지면서 국내 시멘트 시장의 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015년 동양시멘트 매각으로 촉발된 시멘트 산업 재편(consolidation) 과정을 복기하고, 향후 시장 변화와 2차 인수합병(M&A) 방향 등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9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시멘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LK투자파트너스가 따내자, 시장 재편을 노리고 시멘트 시장에 뛰어든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의 투자 담당자들 입에선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어 LK투자파트너스가 단독 인수가 아닌 한일시멘트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대시멘트를 손에 넣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의 한숨 소리는 더욱 커졌다.

현대시멘트 인수를 통해 시멘트 시장 재편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자 했던 계획이 틀어진 것이 첫 번째 한숨의 이유다. 두 번째 한숨은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를 보유한 PEF 운용사들이 투자금 회수(Exit)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사실을 자각하며 내뱉은 탄식이다.

그간 시멘트 업계에서 향후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가 다시 매물로 나왔을 때 이를 인수할 일순위 후보로 꼽히던 한일시멘트가 시장 1차 재편 마지막 매물인 현대시멘트를 손에 넣으면서 당분간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능력을 잃은데다, 필요성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시멘트 시장에 여전히 성신양회와 아세아시멘트 등 전략적 투자자(SI)로 분류되는 인수 후보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한일시멘트처럼 경쟁력 있는 후보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성신양회는 취약한 재무구조의 한계로 대형 인수합병 거래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고, 아시아시멘트는 낮은 시장 지위와 함께 성장에 대한 의지는 물론 M&A 유인도 크지 않다.

◇ 1위 자리 내준 한앤컴퍼니, 쌍용양회 매각 5년 후로

PE업계에서 시멘트 시장 재편에 가장 먼저 뛰어든 한앤컴퍼니는 현대시멘트 인수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우선협상권을 따낸 LK투자파트너스의 입찰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인수가격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한앤컴퍼니는 이미 국내 시멘트 업계 1위 기업인 쌍용양회를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재편의 주도권을 보다 확실히 쥐기 위해선 점유율과 시장 지위를 더욱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쌍용양회의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이며, 2위 업체와의 격차는 5%포인트(p) 정도다. 9% 후반대 점유율을 보유한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2위의 두 배 수준인 30%대로 끌어올리고 확고부동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오를 수 있다. 해안사인 쌍용양회와 내륙사인 현대시멘트의 통합을 통해 전국에 촘촘한 거미줄 영업망을 구축하는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시멘트를 LK투자파트너스-한일시멘트 컨소시엄에 내주며 이런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뿐만 아니라 업계 1위 지위에서 밀려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품게 되면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쌍용양회보다 2%p 가량 높은 22%대로 치솟는다. 쌍용양회가 수십 년간 지켜온 시장 1위 사업자 타이틀이 한일시멘트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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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는 일단 예상치 못한 시장의 판도 변화를 지켜보며 엑시트 전략을 조정한단 방침이다. 한일시멘트를 향후 쌍용양회 매각시 일순위 후보로 염두에 뒀던 계획이 틀어졌고, 시장 구도 역시 30년 이상 이어진 '7강' 체제가 무너지고 6강 구도로 재편되는 만큼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전략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앤컴퍼니는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현재 내부적으로 향후 5년 내에는 쌍용양회를 팔지 않는다는 복안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당분간은 점유율 상승과 내실다지기에 힘쓰며 쌍용양회의 '마켓 리더' 지위 수성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랜우드-베어링PEA, '전화위복' 노릴 기회 될 수도

지난해 라파즈홀심그룹으로부터 한라시멘트를 전격 인수해 시멘트 시장 재편에 뛰어든 글랜우드-베어링PEA 컨소시엄도 한앤컴퍼니와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역시 향후 한라시멘트를 매물로 내놓을 때 원매자로 나설 유력 후보로 한일시멘트를 꼽아 왔기에 현대시멘트 매각 결과는 엑시트 전략에 부정적 요인이다.

게다가 이들 또한 내륙사인 현대시멘트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현재 5위권인 한라시멘트의 시장 지위를 업계 1위권으로 격상시킬 계획을 세웠었기에 기업가치 향상 전략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부정적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공적인 엑시트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일과 현대의 내륙사간 조합이 해안사인 한라시멘트의 영업권역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고, 시장 사업자가 7곳에서 6곳으로 줄어드는 것도 시장의 안정성을 보다 강화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 엑시트 전략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한일시멘트의 현대시멘트 인수는 오히려 한라시멘트에 유리한 엑시트 환경을 조성해 줄 가능성도 있다.

한일이 이번에 현대시멘트를 인수하지 못하고 향후 PE가 보유한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 인수를 노려야 할 경우, 보다 매력적인 매물은 단연 쌍용양회다. 한일이 쌍용양회를 손에 넣는다면 단번에 3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에 오를 수 있지만, 한라시멘트를 품을 경우엔 쌍용양회와 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2강 구도에 만족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한일이 현대시멘트를 인수한 후 몇 년간 체력과 인수여력을 보강해 추가 M&A에 나선다면 보다 매력적인 매물은 한라시멘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에 이어 한라시멘트만 인수하더라도 30% 중반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확보부동한 시장 1위 사업자가 될 수 있는데, 인수부담이 훨씬 높은 쌍용양회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려운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시장 구도가 미묘해졌다"며 "유력한 원매자를 잃게 된 PE들 입장에선 엑시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으나,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다른 기회와 방법들이 등장할 수 있어 시멘트 시장 재편과 PE들의 성공적인 엑시트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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