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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태펀드에 주어진 숙제 [thebell note]

권일운 기자공개 2017-04-06 08:13:34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투자 시장에서 모태펀드와 '3대 배급사'가 풍기는 존재감은 상당했다. 국내 배급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는 모태펀드 자금을 확보한 벤처캐피탈에게 헬리콥터처럼 돈을 뿌려 영화펀드를 조성했다. 자신들이 유통할 영화의 제작비 일부를 합법적으로 모태펀드에 부담시킬 수 있는 구조였다.

판도는 대기업 계열이 제작 및 유통하는 영화에 대한 모태펀드 투자가 제한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3대 배급사 입장에서는 모태펀드가 참여한 영화 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모태펀드 자금 없이 조성한 영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레버리지 효과는 물론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득이 된다고 배급사들은 판단했다.

외국계 배급사도 비슷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를 필두로 자체 영화펀드 조성에 나선 것이다. 감놔라 배놔라 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자금은 아예 받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방침이다. 덕분에 자신들이 제작하고 유통할 영화의 제작비를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모태펀드가 '태세전환'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책적 차원에서 집행하는 자금인 만큼 흥행을 염두에 둔 대중 영화에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방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 다양성영화와 같은 분야에 투자를 유도하는 펀드에 집중해 왔다.

그러다 보니 모태펀드의 위상은 예전만 못해졌다. 영화투자 펀드 운용사들 사이에서 각종 제약으로 인해 투자하기도 , 수익내기도 쉽지 않은 것이 모태펀드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영화투자 펀드 운용사들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던 모태펀드 자금 유치가 이제는 선택사항이 되고 말았다.

특히나 트랙 레코드가 탄탄한 운용사들이 정책적 목적이 가미된 펀드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모태펀드가 약정액의 대부분을 출자해 준다고 해도 펀드 결성 자체가 쉽지 않다. 정책 펀드에 투자해서는 수익 내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다 보니 민간 매칭 출자자(LP)모집이 쉽지 않아서다.

모태펀드가 정책적 목적을 가장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운용사들에게 자금을 맡기는 것이다. 실력 있는 운용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목적 달성 정도에 대한 합리적인 정성적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노력과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선수'들은 자연스레 모여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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