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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 쌍용·한라도 살수 있나 ⑤사업자간 '협조효과' 우려, 공정위 기업결합 '불허' 가능성도

정호창 기자공개 2017-04-11 11:21:24

[편집자주]

현대시멘트 새 주인이 한일시멘트 컨소시엄으로 정해지면서 국내 시멘트 시장의 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015년 동양시멘트 매각으로 촉발된 시멘트 산업 재편(consolidation) 과정을 복기하고, 향후 시장 변화와 2차 인수합병(M&A) 방향 등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5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시멘트를 품에 안은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나 한라시멘트 등 사모펀드 보유 매물 하나만 추가 인수해도 명실상부 국내 1위 시멘트 사업자 자리를 굳힐 수 있다. 2위 사업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도 최소 2배 이상으로 벌어지는데, 국내 시멘트업계 역사에서 유례 없던 '시장 선도자'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한일시멘트가 이런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려면 사모펀드들이 매물을 내놓는 시장 재편 2라운드 시기를 대비해 충분한 재무 여력을 쌓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국내 시멘트 시장이 지난해와 같은 안정적인 시황을 향후 5년 정도 유지한다면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나 한라시멘트를 추가 인수하기 위한 기본적인 재무 역량은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금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한일시멘트가 시장의 압도적 1위 사업자에 올라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서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남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무사히 넘을 수 있어야 한다. 한일시멘트와 매각자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공정위 승인을 얻지 못하면 인수합병(M&A)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무산될 우려가 적지 않은 탓이다.

◇'한일+현대+쌍용' 합산 점유율 42%, 공정거래법 제재 기준 미달

현재 시멘트 시장 구도와 각 사업자들의 점유율 등이 향후에도 상당기간 유지된다면 표면적으론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손에 넣어 확고부동한 시장 1위 사업자 지위에 오르더라도 합산 시장 점유율이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제4항은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 점유율 합계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점유율 합계가 당해 거래분야에서 제1위가 되는 경우 △2위 회사와의 점유율 차이가 1위 사업자 점유율 합계의 25% 이상인 경우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금지하거나 일정기간 영업 조건·방식·범위 등을 제한하는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해당 조항에서 지칭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은 △1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 이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시장 점유율은 통상 매출액을 통해 산정한다. 하지만 시멘트의 경우 사업자별 제품 성능과 단가 등에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 업계에서 활용하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과 공정위의 매출 기준 점유율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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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멘트협회가 집계한 2015년 출하량 통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2.3%이다. 최근 인수를 확정한 현대시멘트의 점유율 9.73%를 합칠 경우 합산 점유율은 22.03%로, 업계 1위인 쌍용양회의 시장 점유율 19.54%를 웃돈다. 수년 뒤 쌍용양회와 함께 매물로 등장할 것이 유력한 한라시멘트의 점유율은 11.16%이다.

따라서 현대를 품은 한일시멘트가 향후 쌍용양회까지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합산 점유율은 41.57%에 이르게 된다. 시장 구도와 수요 등에 변화가 나타날 경우 이보다 수치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 기준인 50%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에 이어 쌍용양회까지 인수할 경우 2·3위 사업자는 각각 15.06%, 12.74%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성신양회와 동양시멘트이다. 이들 3개 사업자의 점유율 합계는 69.37%로, 역시 공정거래법 기준인 75%를 밑돈다.

객관적 지표상으론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인수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셈이다.

◇사업자 감소 따른 '협조효과' 발생 우려, 공정위 승인 변수

문제는 공정위가 시장 점유율 등의 정량적 수치만으로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기업결합 유형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정조치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나 한라시멘트 등 동종업체 경쟁사를 인수하는 것은 '수평형 기업결합'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수평형 기업결합의 경쟁제한 가능성을 심사할 때 기업결합 이후 기업결합 당사 회사가 단독으로 가격통제·경쟁배제능력 등을 보유·행사할 수 있는 지를 우선 검토한다.

수평형 기업결합이 해당 시장에서의 사업자 수를 감소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어, 사업자 간에 가격·수량·거래조건 등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협조행위가 이뤄지기 쉬워지는 지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다. 이 같은 '협조효과'는 △상품의 동질성 △정보공유의 용이성 △상대회사의 독행기업 여부 △공동행위 전력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

이 같은 공정위 가이드라인을 감안하면 한일시멘트의 쌍용양회 인수는 '협조효과' 발생 우려를 이유로 시정조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회사 결합에 따른 합산 점유율이 과반에 근접하게 돼 한일시멘트가 사실상 가격통제권을 손에 넣을 수 있고, 시멘트 업체들이 과거 수차례 가격 담합 등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멘트 시장에선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한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7개사가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 체제가 30년 이상 지속돼 왔다. 이 때문에 건설경기의 부침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를 피하기 위해 7개 업체가 시멘트 판매단가를 담합해 결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공정위에 적발돼 제재 조치를 받은 경우만 1998년, 2001년, 2004년, 2016년 등 4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엔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가 드라이몰탈 시장에서 담합한 행위가 공정위에 적발돼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현대시멘트를 품에 안은 한일시멘트가 수년 뒤 쌍용양회나 한라시멘트를 추가 인수할 경우, 공정위가 이 같은 과거 전력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하거나 설비 일부의 매각을 명령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4년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INI스틸 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을 인수할 때 '상품이 동질하고 정보공유가 용이한 시장상황에 있으며, 과거 부당한 공동행위로 시정조치를 다수 받은 점'을 이유로 철근 생산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설비 일부를 매각할 것을 명령하는 시정조치를 내린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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