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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튼 대중화, 실효성 떨어진 테스트베드 [로보어드바이저 진단] ②소액·모바일·투명성으로 공략, 비대면 일임 허용 '과제'

서정은 기자공개 2017-05-22 09:53:52

이 기사는 2017년 05월 17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더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지난 해부터 금융사들은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이끌 무기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십분 활용해왔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최소 가입금액을 낮추는 등 진입 문턱을 없애 로보어드바이저를 안착시키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확산됐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비대면 일임계약이 허용되지 못하면서 성장 여력이 차단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테스트베드가 알고리즘 검증이 아닌 수익률 검증으로 변질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소액·모바일·투명성, '삼박자'로 대중화 물꼬

로보어드바이저의 성패는 대중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원조격인 미국만 보더라도 관련 업체들은 대중을 공략하며 시장을 키웠다. 그 배경에는 모바일 기기로 확산으로 인한 높은 접근성, 낮은 수수료와 진입문턱이 주효한 요인이 됐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보더라도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금융권 내 성공사례로 불리는 신한은행의 '엠폴리오'는 소액 가입, 모바일 접근, 투명성이라는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 최소 가입금액은 10만 원이며 고객들은 모바일 앱에서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도 쉽게 볼 수 있다. 수탁고는 120억 원 수준이지만 모바일로 가입한 고객 절반이 엠폴리오를 통해 유입됐다.

중소형 증권사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관리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최소가입 금액을 500만 원으로 낮춘 로보랩을 출시했고, 하반기에는 쿼터백자산운용과 제휴해 'SK-쿼터백 ROBO 1호'를 내놨다. 1차 테스트베드 결과에서 SK-쿼터백 ROBO 1호는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독자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주 고객들이 소액 온라인 투자자임을 고려해 정교한 자산배분 비중을 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2015년 9월과 2016년 11월에 걸쳐 특허를 출원하는데 성공했다.'로보마켓'을 통해서는 종목, 포트폴리오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제시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 시장에서 소외됐던 고객층을 로보어드바이저가 편리함 등을 무기로 공략한 것"이라며 "투자자산에 대한 수익률 예측 등이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되면서 대중화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개인고객들의 유입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투자협회가 개인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개인의 금융투자 실태분석'을 보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해 응답자의 52.7%가 이용의향을 밝혔다.

◇ 테스트베드, '실효성' 의문…비대면 일임 허용 불발, 수익률 경쟁으로 변질 우려

대중화되기 시작한 로보어드바이저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손톱 밑 가시로 꼽히는 비대면 일임계약 허용도 남은 숙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는 이런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금융당국은 알고리즘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베드를 진행했으나 오히려 수익률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테스트베드 통과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최소한 테스트베드를 거쳐 알고리즘 검증을 받은 곳에 한해서는 제한을 풀어줘야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차 테스트베드에 참여한 업체 중 일부는 수익률이 부진하자 슬그머니 운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몇몇 곳들은 비대면 일임 허용이 불발되자 테스트베드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관계자는 "알고리즘의 안정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수익률 경쟁으로 목적전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테스트베드의 실효성을 높일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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