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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드는 금감원 '독립성 확보론' 정치 외풍 취약, '건전성관리' 제 역할 못해

안경주 기자공개 2017-06-01 08:18:42

이 기사는 2017년 05월 30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신임 원장이 선임될 때마다 '독립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을 만큼 해묵은 논란이지만 지난 2015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혼연일체(渾然一體)'란 말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일체감을 강조한 기류로 인해 그동안 독립성 문제를 꺼내 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면서 지금이야 말로 공론화할 시점이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사실상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금감원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건전성관리 등 금융감독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금감원의 독립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립성 훼손된 금융감독기구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체계는 1997년 12월 제정된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8년 4월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와 1999년 1월 금감원이 출범하면서 갖춰졌다. 당시 금감원은 금융감독 중립성 확립을 위해 금융위의 지도를 받았다.

지금의 금융감독체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완성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옛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해 금융위를 설치하고,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직을 금지했다. 감독정책과 집행기능을 분리해 금감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금융위-금감원 분리'로 형식은 뜯어고쳤지만 실질적 독립성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금감원은 매년 연말마다 금융위로부터 새해 예산에 대한 승인을 받고 있고 부원장 이상의 임원에 대한 임명권도 금융위가 갖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금감원장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부원장보 선임도 금융위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독립된 조직의 핵심인 '예산'과 '인사'를 금융위가 틀어쥐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비(非)금감원 출신인사가 주요 임원 자리를 맡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 금감원의 독립성은 더욱 약화됐다. 지난해부터 행정지도 등 일상적인 감독업무도 상급기구인 금융위에 일일이 보고하도록 했다.

금융규제 운영규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행정지도를 할 때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으로 해야 하고 금융회사가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줘서도 안된다. 내용만 본다면 맞는 얘기다. 다만 행정지도의 절차를 규정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사전협의'를 의무화했다. 사실상 '사전보고'를 의무화해 금감원 주된 업무인 금융감독 기능의 손발을 묶은 셈이다.

◇금융감독 독립성, 금융사고 방지 첫 걸음

금감원은 정치적 외풍에도 흔들린다. 과거 일부 금감원 수장의 경우 정치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임명되거나 금감원장을 또 다른 자리로 가기 위한 가교로 삼는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권에서도 금감원을 손쉽게 금융권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서 국제기구에선 정치권으로 금감원(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2014년 발표한 한국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의 핵심 보고서에서 "금융안정성과 건전한 감독·집행이 강조될 수 있도록 정치적 절차로부터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감원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는 뭘까. 금감원 안팎에선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와 직결된 문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금감원의 건전성 업무는 금융시장의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경고음을 내는 게 주된 임무다. 제때 관리가 안되면 금융소비자, 나아가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저축은행 사태(2011년)나 동양 사태(2013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기관이 제때 경고음을 줬다면 미연에 방지했거나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은 2010년부터 공공연히 위험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덮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또는 정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금융회사 건전성관리 등 금융감독 본연의 업무가 제대로 이뤄져야 더 큰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금감원의 독립성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스스로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선 관계자는 "관치·정치금융의 구조적인 폐해도 있지만 금감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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