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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재편, 물밑 신경전 치열 역할·기능 재조정 방점 관측, 컨트롤타워 필요 지적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7-06-01 08:18:47

이 기사는 2017년 05월 31일 0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에 정책금융기관 재편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 업무중복과 비효율성이 제기돼 온 정책금융기관의 재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내부적으로 준비해 온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정책금융기관들의 물밑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연구용역을 통해 기관의 생존 논리 만들거나 업무의 필요성을 공식·비공식적으로 주장하며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미뤄졌다는 점에서 정책금융기관 간 통·폐합 보다는 역할·기능 재조정에 방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기능 중복 문제가 지적돼온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과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 간) 유사한 업무를 하고 곳이 많고 비효율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관련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검토 내용을 토대로 정책금융기관 간 역할·기능 재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초부터 '정책금융기관 재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산하 공공기관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 얘기되고 있는 통·폐합 수준의 정책금융기관 재편은 당장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앞선 관계자는 "신보·기보 등을 포함한 정책금융기관 간 통·폐합은 검토하지 않았다"며 "국정기획자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거나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금융기관 간 통·폐합은 어렵더라도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역할·기능 재조정은 언제든지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정책금융기관 간 통·폐합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 간 통·폐합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려 논의돼야 부처 이기주의를 피할 수 있고 효과도 있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포함한 대규모 정부조직개편이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금융위가 역할·기능 재조정에 우선 방점을 두고 정책금융기관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다.

과거 정책금융기관 간 통·폐합 논의가 무산됐다는 점도 금융위가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로 보인다. 금융위는 지난 2008년 신보와 기보의 통합을 추진했다. 보증을 통해 기업의 자금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 두 곳으로 분산운영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쳐 중도에 통합 시도는 무산됐다. 지난 2015년에도 무역보험공사의 중장기 수출보험 업무를 수출입은행으로 이관하는 등 대외정책금융 창구 일원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없던 일'로 일단락됐다.

정책금융기관 재편

이처럼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통·폐합 논의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당 기관들은 한 숨을 돌린 분위기다. 하지만 통·폐합 등과 관련한 논의 시간만 늦춰졌다는 점에서 각 기관들은 자신들만의 생존 논리를 만드는데 분주하다.

신보는 보험사업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공사 체제로 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컨설팅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신보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정부출연기관인 기보 역시 공사 전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IBK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바람직한 역할 재정립과 중장기 관점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발전방안 마련에 나섰다. 산업은행 역시 신성장 정책금융센터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중첩된 사업영역이 조정되면 조직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만큼 향후 주무부처인 금융위나 국회와 논의를 하기에 앞서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라며 "이미 일부 기관들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생존 논리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기관 역할·기능 재조정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두 차례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조정을 추진했지만 소관 부처 반대에 부딪치거나 해당 금융기관의 정치권 로비로 인해 무산된 경험이 있다"며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편 대상으로 거론되는 정책금융기관은 금융위 산하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보, 기보, 주택금융공사 등 5개 기관과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무역보험공사, 기획재정부 산하 수출입은행,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다.

신보와 기보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게 보증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점과 지원기업 대상이 상당수 겹친다는 점에서 업무중복 논란이 있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보증, 정책자금 지원 등 중복되는 기능이 있어 기능 조정이나 통·폐합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기업 대출지원을,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 온렌딩대출 등의 업무가 중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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