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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의 블록체인 반격 [thebell note]

김나영 기자공개 2017-06-12 08:14:12

이 기사는 2017년 06월 09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그런 면에서 LG CNS의 블록체인 기술은 안타까운 면이 많습니다. 기껏 개발을 해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금융 계열사가 전무하기 때문이지요. 2년 전만 해도 경쟁사보다 기술력에서 앞섰으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블록체인은 정보기술(IT) 업계의 핫한 키워드 중 하나다. 이 정보분산기술은 데이터 저장 및 관리에 있어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로 꼽히는 새 먹거리다. 시스템통합(SI) 분야의 LG CNS도 이 블록체인에 눈독을 들였다.

장외주식거래 플랫폼 등 나름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던 LG CNS는 곧 한계에 부딪혔다. 블록체인을 단순히 개발하는 것과 이를 실제 금융사에 도입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서다. 시장에서 블록체인 상품 패키지를 판매하려면 검증된 유스케이스가 필요하다. 이 경우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 계열사와 협약을 맺는 것이 가장 손쉬운 길이다.

LG는 보유 중인 금융 계열사가 없다. 옛 LG투자증권과 LG카드 등은 모두 타 기업에 인수·합병(M&A)된 지 오래다. 최종 주인이 된 NH금융그룹이나 신한금융그룹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LG화재도 LIG손해보험을 거쳐 현재는 KB손해보험이 됐다.

넓게 보면 GS나 LS 등에 협약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그룹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만한 금융사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리 블록체인을 개발해도 시범사례를 만들지 못하면 직접 판매로 이어지기가 힘들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를 깨달은 LG CNS는 약 1년반을 방황했다. 관련 조직은 2015년 대비 2배 규모로 성장했으나 실제 블록체인 서비스 출시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때는 블록체인 개발보다 보험사 등 외부 고객의 블록체인 컨설팅에 주력하기도 했다.

그랬던 LG CNS가 최근 글로벌 R3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R3는 전 세계 최대의 금융특화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국내에서도 주요 은행 5곳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LG CNS는 컨소시엄 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유스케이스를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컨소시엄 금융사들도 적용 대상을 그리 쉽게 오픈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체 계열사가 아닌 이상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에 기반한 계약이 될 터다. 그럼에도 LG CNS로서는 뽑은 칼을 그대로 거둬들여야 할 상황이 일단은 반전된 셈이다.

기술에도 용불용설이 통할까. 그렇다면 LG CNS는 이번 기회를 벗삼아 블록체인 분야에서 재도약해볼 만하다. 해당 분야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면 사양길을 걷고 있는 국내 SI에 대한 미련도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보유한 금융 계열사 없이도 블록체인에서 의미 깊은 결과물을 내는 첫 SI업체가 나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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