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저평가받던 농협, 한국 은행물 입지구축 투자자들, 독특한 농협 구조 이해 못해…매년 IR로 해소

이길용 기자공개 2017-07-14 17:15:41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3일 0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 국내와 해외 채권 투자자들의 시각차가 존재해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는 발행사였다. 신용·경제 분리 전에는 농협중앙회가 주축이 되어 외화 조달에 나섰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농협중앙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투자를 꺼리는 기관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분리 이후 농협은행이 발행 주체로 나섰지만 다른 은행 대비 한국물 시장에서 인기도는 떨어졌다.

농협은행은 매년 한국물을 발행해 국제 금융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시장과 꾸준하게 소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협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고 지난해와 올해 선순위 한국물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국책은행을 제외하고 국가 신용도가 크게 반영되는 IBK기업은행과 같은 입지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0일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본드(RegS/144a) 발행을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을 개시했다. 5년물 단일 트랜치(tranche)로 구성했으며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Guidance·IPG, 최초 제시 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5T)에 120bp(area)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북빌딩(수요예측) 결과 84개 기관이 13억 달러의 주문을 넣었다. 아시아 투자자가 68%를 차지했고 유럽과 미국은 각각 15%와 17%의 물량을 가져갔다. 충분한 주문이 몰리면서 농협은행은 발행 규모를 5억 달러로 결정했고 가산금리(스프레드)는 5T+105bp로 결정했다. 쿠폰 금리와 일드(Yield)는 2.875%와 2.989%를 기록했다.

이번 딜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이후 처음으로 치뤄진 한국물 딜이다. 그 동안 한국물 시장에서는 북한의 군사 도발을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타격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물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모습이 펼쳐졌다.

북한의 ICBM 실험이 이뤄지면서 농협은행도 소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의 5년물 유통금리(G-Spread)는 프라이싱 당시 104~105bp 수준으로 형성돼 있었는데 최종 스프레드가 105bp로 결정됐다. 국내 은행들이 유통금리보다 낮게 발행하는 경우가 속출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금리를 더 낮추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다만 발행 규모의 3배에 가까운 수요를 모으면서 농협은행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농협은 2012년 신경분리 전까지 농협중앙회가 주체가 돼 한국물 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농협의 사업구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주는 조합원들로 구성이 돼 있고 은행과 유통 등 금융과 일반 사업이 혼재돼 있는 구조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국가 기관의 지분이 없음에도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한국물 투자자들은 납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2년 농협이 신경분리가 된 이후 농협은행이 한국물 발행사가 된 이후에도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2012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이상 한국물을 발행한 정례 이슈어(Issuer)로 자리잡았다. 발행 과정에서 IR 등을 통해 많은 투자자들과 만났고 농협은행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까지는 조건이 맞지 않아 발행 계획을 변경하는 일이 많았던 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굳건한 한국물 발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신경분리가 되면서 은행의 재무제표만으로로 설명이 가능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농협에 대한 국가의 높은 지원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시작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은 법적으로 국가의 지원이 명시돼 있어 한국물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농협은 주주가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국가의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관 중 하나다. 농업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를 고려하면 일반 시중은행보다도 지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꾸준한 발행과 IR로 이를 이해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농협은행에 대한 저평가가 사라졌다. 국내 은행 중에서 기업은행 다음으로 국가의 지원 가능성이 높은 은행으로 떠오르면서 우수한 신용도가 부각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엄청난 우량 신용도를 자랑하는 농협은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발행사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매년 한국물을 발행하면서 농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고 지난해부터는 매우 수월하게 딜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