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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투자가 의결권 행사 인프라 필요" [THE NEXT]이창훈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

송민선 기자공개 2017-09-22 16:04:01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2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장려하려면 의결권 분석이나 행사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소수인력으로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어느 수준까지의 참여가 바람직한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더벨 '더 넥스트 기업 지배구조 컨퍼런스' 세션2_6
이창훈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이 22일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더벨 '더 넥스트 기업 지배구조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창훈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사진)은 22일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업 지배구조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 재조명'을 주제로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개최한 '2017 기업지배구조 컨퍼런스 THE NEXT'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단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얘기를 많이 한다"며 "포워드 PER(Forward Price-earnings Ratio, 향후 12개월 PER)로 보면 우리나라가 9.3배, 미국이 18배, 일본이 18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나 일본보다 덜 개발됐다고 평가받는 중국도 PER 13배 정도 된다"며 "어느 시장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밸류에이션이 디스카운트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그 이유 중 하나는 '코퍼레이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 때문"이라며 "기업 소유·지배구조 측면에서 한국이 디스카운트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의 ESG(Environmet·Social Responsibility·Governance,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조사 등에 따르면 지배구조 측면에서 중위 등급 이하를 받은 한국 기업은 전체의 72%다.

이 단장은 "우리 시장에서 첫 번째 이슈가 된 건 2006년에 KT&G가 행동주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로 알고 있다"며 "그 때 우리 시장에서 행동주의 투자라고 하는 개념이 일반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칼 아이칸이 KT&G 지분 6.59%를 매입한 이후 자사주 소각, 기업공개(IPO), 배당 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SK-SK C&C 합병 사례를 설명하며 연기금 입장에서 △의결권 △스튜어드십 코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이 단장은 "공무원연금이 경험했던 사례는 SK와 SK C&C"라고 설명했다.

이창훈 단장은 "SK C&C와 SK 합병 당시 SK C&C의 밸류에이션이 훨씬 높았다"며 "2014년부터 시장에서 이미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쪽으로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SK C&C와 SK 두 기업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으로 비교하면 SK가 더 좋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SK C&C가 훨씬 높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SK가 됐고 최태원 회장이나 그룹 지배구조가 확고해졌는데, 합병 발표 이후에 SK가 자사주 소각으로 갔다"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SK C&C 지분을 보유한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합병회사의 주식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 때 공무원연금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관 투자자가 제대로 의결권행사를 했으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시장의 기관 투자자가 제대로 의결권 행사를 못하기 때문에 비효율이 생기고, 이 때문에 헷지펀드나 행동주의가 들어올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단장은 "도덕적 잣대로 이를 평가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라며 "이런 행위들은 모두 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공적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었고, 국민연금이 내년 도입을 목표로 용역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은 "문제는 '연금 자본주의'가 될 우려가 있다"며 "국민연금이 국내 대부분 기업의 1대 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디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연금 수급자와 주주의 가치를 보호하는 의결권 행사 범위가 어딘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이창훈 단장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다"며 "현실적으로 행정적 일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시장 생태계 안에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같은 의결권 분석이나 행사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 전문>

저는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펀드매니저를 거쳤고, 자산운용사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지금은 공무원연금에서 CIO를 맡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기업행동주의와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부분이 한국에서도 중요해지고 있고, 오늘 이 자리에선 기관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을 설명 드린다.

우리 시장에서 첫 번째 이슈가 된 건 2006년에 KT&G가 행동주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로 알고 있다. 그 때 우리 시장에서 행동주의 투자라고 하는 개념이 일반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칼 아이칸이 KT&G 지분 6.59%를 매입한 이후 자사주 소각, 기업공개(IPO), 배당 등을 요구했다. KT&G는 경영의 비효율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KT&G는 칼 아이칸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2006년부터 3년에 걸쳐 자사주 소각, 배당 등을 실시했고 2조 8000억 원가량의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주가가 6만 원으로 올랐고, 지금은 주가가 10만 원이 넘는다. 첫 번째 외국인 투자자가 들어와 행동주의 투자자를 인식시킨 결과는 긍정적이다. 최근엔 이같은 세미나가 개최되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2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SK-SK C&C합병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부터다. 연기금 입장에서도 △의결권 △스튜어드십 코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다른 발표자들이 학술적, 법률적 관점을 피력했다면 저는 기관투자자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얘기를 많이 한다. 포워드 PER(Forward Price-earnings Ratio, 향후 12개월 PER)로 보면 우리나라가 9.3배, 미국이 18배, 일본이 18배다. 우리나라나 일본보다 훨씬 덜 개발됐다고 평가받는 중국도 PER 13배 정도 된다. 어느 시장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밸류에이션이 디스카운트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북한 핵 문제 등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 때문이다. 그 다음은 '코퍼레이트 거버넌스(Corporate Governance)'다. 기업 소유·지배구조 측면에서 한국이 디스카운트 될 수밖에 없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의 ESG(Environmet·Social Responsibility·Governance,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조사 등에 따르면 지배구조 측면에서 중위 등급 이하를 받은 한국 기업은 전체의 72%다. 케이스를 통해 이야기해보겠다. 기억하시겠지만 하나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슈다. 아직도 미완의 이슈인데, 한국 재벌들의 승계구조와 의사결정의 후진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매입한 사례도 있다. 현대차는 한전부지를 시장 예상보다 비싼 10조 원 에 매입했다. 이후 주가를 보면 단기적으로 많게는 30%, 적게는 17% 감소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세 곳에서 한전부지를 매입한 이후에 거의 24조 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의사결정이 이사회나 주주들의 견제 없이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패널티를 준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경험했던 사례는 SK와 SK C&C다. SK C&C는 지주회사였고, SK는 별도회사였다. 당시 SK C&C의 밸류에이션이 훨씬 높았다. 2014년부터 시장에서 이미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쪽으로 몰아줬다. 실제로 SK C&C와 SK 두 기업을 가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으로 비교하면 SK가 더 좋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SK C&C가 훨씬 높게 된 것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SK가 됐고 최태원 회장이나 그룹 지배구조가 확고해졌는데, 합병 발표 이후에 SK가 자사주 소각으로 갔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SK C&C 지분을 보유한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합병회사의 주식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 경우 합법적 절차를 거쳐 공무원연금은 반대했다.

다른 경우를 하나 보시면 이재용 부회장의 건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당시에 보면 합병비율이 1대 0.35였다. 그런데 밸류에이션을 보면 당시 삼성물산 PER 19배, 제일모직 PER이 118배였다. 천문학적 숫자로 시장에선 제일모직을 밸류에이션했다. 북밸류로 보더라도 삼성물산 PER이 0.77배, 제일모직 PER이 4.68배였다. 어찌 보면 합병비율이 거꾸로 적용되는 게 맞지 않았나 생각이 들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당시 엘리엇이라는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와서 문제제기를 했다. 그때 제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언론이나 많은 리서치페이퍼들이 진영논리로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봤지만, 많은 사람들은 ‘애국심'과 ‘투기자본'이라는 진영논리로 봤다. 그때 기관 투자자가 제대로 의결권행사를 했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시장의 기관 투자자가 제대로 의결권 행사를 못하기 때문에 비효율이 생기고, 이 때문에 헷지펀드나 행동주의가 들어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행동주의 펀드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도덕적 잣대로 이를 평가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이런 행위들은 모두 합법이었다. 누구나 합병비율이 말이 안 된다고 보지만 합법적이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사가 합병할 때는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 중 앞선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최근 주가를 가중 평균한 가액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저는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할 때 M&A을 경험했는데, 비상장사의 경우 어떤 회사를 인수할 때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기본으로 놓고 프리미엄을 더해 가격을 정한다. 다만 상장사의 경우 자본시장법 상 주가범위를 짧게 두고 있다. 장기적인 주가면 이해가 가지만 한 달 사이에 밸류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짧은 기간의 주가는 합리적 주가라고 볼 수 없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왜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안 하려고 할까.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 이해상충에 문제가 있다. 공적기금은 모르지만 자산운용사나 보험사는 다 비즈니스를 한다. 누군가 반대의사를 표시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해상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이슈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공적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하기를 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었고, 국민연금이 내년 도입을 목표로 용역작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연금 자본주의'다. 국민연금이 국내 대부분 기업의 1대 대주주가 될 수도있다. 따라서 어디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연금 수급자와 주주의 가치를 보호하는 의결권 행사 범위가 어딘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세 번째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행정적 일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시장 생태계 안에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같은 의결권 분석이나 행사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소수인력으로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어디까지 어느 수준까지의 행사가 바람직한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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