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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반포재건축 사업, 수익성은 ‘글쎄’ 현대건설, 5026억 무상제공·1.9조 대여금도 무이자

이상균 기자공개 2017-10-10 08:10:00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9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이 치열한 경쟁 끝에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실제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000억 원 이상의 가구와 시스템 등을 무상제공 하는데다가 2조 원 가까운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으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했다고 보고 있다.

◇대여금 이자비용 1500억 넘을 듯

현대건설이 반포재건축 조합에 제출한 입찰제안서에 따르면 무상제공을 약속한 특화계획 규모만 5026억 원에 달한다. 공동주택에 외산 주방가구 등을 공급하는 등 건축특화에 가장 많은 2482억 원을 책정했다. 이어 보이스 홈 등 전기특화에 279억 원, 미세먼지 시스템 등 기계특화에 278억 원, 식재특화 등 조경 특화에 92억 원 등이다. 서울시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이사비 지원금 1851억 원도 포함돼 있다.

현대건설은 반포재건축 조합에 1조 9783억 원을 대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GS건설(1조 739억 원)보다 9000억 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여기에 반포재건축 조합과 협약을 체결한 이후 2022년 4월까지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받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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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대여금 지급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무이자 기간은 최소 3년 이상이다. 현대건설의 높은 신용등급(AA-)을 감안해 금리를 연 2.5%로 적용해도 매년 500억 원 가까운 이자를 손해 보는 셈이다. 3년이면 1500억 원이 현대건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은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자 아파트 내에 사계절 워터파크, 6개 레인을 갖춘 실내수영장, 복층 골프장, 극장 등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포재건축 조합이 현대건설과 GS건설의 경쟁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두 건설사 모두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전략으로 달려들었지만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시공사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반포재건축 사업은 시공사 입장에서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포재건축 수주가 확정된 다음날 현대건설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시장에서도 이번 사업의 수익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재건축 사업 평정한 삼성물산·GS건설 벤치마킹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사업에 올인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우선 상징성이 큰 반포사업을 수주하면서 현대건설의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는 래미안(삼성물산)과 자이(GS건설)를 최고급으로 보고 그 뒤에 아크로리버(대림산업)와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반면 힐스테이트(현대건설)와 푸르지오(대우건설)는 보급형 브랜드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힐스테이트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라며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반포재건축 사업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디에이치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면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과거 삼성물산과 GS건설의 사례를 벤치마킹 했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GS건설도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출혈경쟁을 감수한 끝에 재건축 시장을 장악한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면 재건축 조합에서 먼저 찾아와 사업 참여를 요청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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