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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사 '캐프'가 저평가되는 이유

한형주 기자공개 2017-10-31 08:10:36

이 기사는 2017년 10월 30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MM PE가 매각을 추진 중인 자동차 와이퍼 제조사 캐프가 조만간 새 주인을 맞는다. 흥미로운 점은 매매가 산정에 적용된 밸류에이션이다. EV/EBITDA 5배 수준에 거래가 성사될 예정이다. IMM은 지난 8월 캐프 매각에 나서면서 원매자들에게 "목표로 한 가격은 따로 없으며, 시장이 판단하는 적정가를 수용할 것"이라 밝혔다. 애당초 비싸게 팔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 쓸만한 매물이 나왔다 하면 예외 없이 치열한 인수 경쟁을 야기한 것이 최근 국내 M&A 시장 상황이다. 셀러가 확고한 협상우위를 지닐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캐프가 이토록 저평가돼야 할 이유가 뭘까. 여기엔 전통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로의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변화, 그 속에서 부상하고 있는 기성 완성차 업계 위기론이 내포돼 있다.

그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토요타, 벤츠, BMW, 현대차, 아우디·폭스바겐 등 메이저 업체들이 중저가 차량과 럭셔리카 영역을 넘나들며 서로 치고받는 구도였다. 이러한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 바로 전기차를 앞세운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 관련 특허를 전면 개방(오픈 소스)하는 차원 다른 전략으로 초반부터 경쟁자들의 전의를 꺾었다. 마침 내연기관 자동차 경쟁력이 약했던 중국도 전기차 자체 양산에 팔을 걷어 붙였다. 현대·기아차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선 중국이라는 최대 수요처마저 잃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장은 벌써부터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차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완성차 회사들은 글로벌 ICT 업체인 애플과 구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 등 과거 상대해 본 적 없는 상대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실제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산업의 주도권은 이들 IT 기업에게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알아서 운전해 주는 자율주행차는 굳이 사람이 차량을 직접 소유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자동차를 B2C에서 B2B 제품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기인한다. 이렇게 되면 훗날 완성차 기업들은 하청업체와 다름 없는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똑같이 불투명한 미래를 맞이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지만,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전장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트렌드에 부응하려면 차량 경량화가 필수인데, 현대차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캡티브 물량을 받아주느라 아직도 철강재를 주로 쓴다. BMW나 아우디 등이 경량화 소재인 알루미늄 합금 내지 탄소섬유(CFRP) 바디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 등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도 자연히 성장성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 특유의 보스(boss) 문화에 종속돼 있다는 시장 인식이 부품업계 전반의 밸류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소 인색하게 책정된 듯 보이는 캐프의 매각가치도 이러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암울한 미래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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