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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칼 꺼낸 김상조, 메모하는 5대그룹 CEO 기업집단국 역할 등 방안 설명, 지배구조 개편 2라운드 맞나

고설봉 기자/ 노아름 기자공개 2017-11-02 11:45:01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2일 11: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재벌기업 간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됐다. 김 위원장은 5대 그룹 전문경영인(CEO)과 간담회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및 공정거래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2일 오전 김 위원장과 5대 그룹 수뇌부 2차 회동이 이뤄진 대한상공회의소에 재계 이목이 집중됐다. 명목상 5대 그룹 CEO와 간담회였지만 사실상 한국 기업 전체에 대해 공정위가 가이드를 제시하는 자리였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상 20층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사전 언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약 20여 분 모두 발언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하현회 LG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등이 경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기업 활동과 관련해 네 가지 가이드를 제시했다. △기업집단국의 역할 △공정위가 발표한 12월 말 1차 데드라인의 의미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운영실태 전수조사 및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 계획 △투명성 확보 등 대기업에 대한 당부사항 등이다.

김상조 위원장과 5대그룹 CEO
<김상조 위원장과 5대 그룹 CEO. 좌측부터 하현회 LG 사장, 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이날 가장 먼저 간담회 장에 도착한 사람은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다. 새로 부임해 첫 외부행사가 공정위원장과의 간담회다. 그는 1층 로비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현안 질문을 받았지만 굳게 입을 닫았다.

간담회 전 사전 순서로 진행된 김 위원장의 모두발언 때도 그는 침묵했다. 그는 CEO들에게 배포된 김 위원장의 모두발언 자료를 봉투에서 꺼내지 않았다. 펜을 들지 않은 손은 테이블 아래로 감춰져 있었다. 정면을 응시한 채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하는 듯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가장 열심히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한 사람은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이다. 그는 말씀자료를 펼치고 펜을 들었다. 별도 노란색 메모지를 준비해 김 위원장의 말을 받아 적었다. 모두발언이 종료될 즈음에는 메모지에 김 위원장의 말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번 정부 출범 이전 롯데그룹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그룹 지배구조로 경영권 분쟁을 맞으며 타격을 입었다. 새 정부 출범 뒤에는 그 동안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그룹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공정위의 코드에 잘 맞추려는 듯 황 사장은 김 위원장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잘 정리해 나갔다.

경청하는 정진행 사장과 황각규 사장
<경청하는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간담회에 나온 정진행 사장도 연신 귀를 세우고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했다. 그의 손은 바빴다. 빠르게 김 위원장의 말을 받아 적었다. 자료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추가 메모를 했다.

현대차그룹은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 새 정부 출범 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아무런 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워낙 민감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원가와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완성해 놓은 수직계열화를 하루아침에 정비하기는 쉽지 않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로 대변되는 현대차의 수직계열화는 완성차를 운송하고 판매하는 데 까지 영역이 구축돼 있다. 판매에 필요한 금융을 주선하기 위해 금융계열사들도 다수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일찌감치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그룹은 한결 여유로웠다. 하현회 사장은 이따금 웃음을 보이며 김 위원장의 발표 자료를 눈으로 따라갔다. 가끔 메모를 하며 새롭게 공정위에서 마련한 가이드에 관심을 보였다.

SK그룹도 여유로웠다. ㈜SK를 필두로 한 지주회사 전환이 마무리된 상태다. 올 초 단행된 SK케미컬을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 등이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공정위에서 제시한 가이드에 잘 맞춰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한 것이 주효했다.

10시 30분 즈음 브리핑을 마친 김 위원장과 5대 그룹 CEO들은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CEO들은 개별 기업들의 현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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