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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증자 피로도, 물량 부담 해소 묘수 필요 [삼성중공업 유상증자]계열사 지분 20% 불과, 일반주주 통해 1조 배정…그룹 차원 타계책 필요

이길용 기자공개 2017-12-07 12:36:00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6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는 삼성중공업이 물량 부담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와 그룹 계열사의 지분이 20%대 수준에 그쳐 1조 원이 넘는 신주를 주주들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20%를 담당하는 우리사주조합이 이미 지난해에 증자를 통해 물량을 떠안은 경험이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사례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과 같은 그룹 차원의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5월까지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증자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와 내년 영업손실이 각각 4900억 원과 2400억 원에 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기가 어려워져 대규모 증자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16.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3.24%, 삼성전기 2.29%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3.15%에 불과하다. 지난 9월 30일 기준 삼성그룹 계열사 외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은 템플턴자산운용(지분율 5.13%)이 유일하다. 당시 보호예수가 풀리지 않은 우리사주조합은 7.71%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사주조합 물량은 지난달 28일 락업이 해제돼 현재 우리사주조합 물량은 파악되지 않는다.

현금이 넘치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삼성중공업 증자 참여는 전혀 부담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나머지 75%가 넘는 신주 물량을 일반주주들이 책임지기에는 물량 부담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초과청약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1조 원가량의 신주는 시장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11월 1조 1409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에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배정받은 물량 외에는 시장에서 일반 주주들이 이를 책임졌다. 하지만 1년 만에 또 다시 대규모 유상증자가 진행되면서 주주들의 피로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증자를 발표한 6일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중공업 주식을 각각 300만 주 이상 순매도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주가는 하한가를 면할 수 없었다.

일반 주주 외에도 임직원들도 증자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사주조합 청약에 참여했던 임직원들은 보호예수가 풀린지 일주일 만에 증자 소식을 접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자본시장법(제165조의7 제1항)과 근로복지기본법(제38조 제1항)에 따라 20%를 먼저 배정받는다. 1조 5000억 원 기준으로 우리사주조합은 3000억 원을 책임져야 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정규직 직원은 1만 929명이다. 인원 수대로 나누면 이번 증자에서 인당 2745만 원을 투자해 증자 신주 물량을 받아야 한다. 이미 지난해 2000만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우리사주조합으로 증자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다시 한 번 회사 주식에 자금이 묶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배정받은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팔지 않은 직원들의 피로감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자 부담을 상당 부분 덜기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을 대상으로 조 단위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자본잠식이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증자 성공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등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3000억 원을 일반공모 청약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부회장은 증자 자금 마련을 위해 3800억 원대 삼성SDS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부정적인 투심을 단 번에 돌려놓을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증자가 연례 행사가 되면서 그룹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선업이 바닥을 찍었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무난하게 증자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올해도 조 단위 증자를 단행해 바닥이 어디인지 의심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그룹 차원의 대책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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