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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동남아에 불어닥친 암호화폐 열풍

고영경 박사공개 2018-01-26 13:36:29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6일 11: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열풍이 비단 한국만 휩쓸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 30대 젊은이들이 차고 넘치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단연 인기다. 모이기만 하면 비트코인을 이야기하고, 투자를 권유한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호텔로비에서 만난 초면의 한 중년 여성도 필자에게 비트코인 투자를 조언하면서 전화번호까지 남기고 갔을 정도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주춤하던 작년 12월의 이야기지만, 지금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남아 암호화폐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거래량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국가 통화별 비트코인 거래량은 일본이 1위, 미국과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코인힐스(Coinhills)의 데이타를 보면, 인도네시아가 10위로 가장 높고,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순서로 올라와 있다. 거래량과 가격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10위권 밖의 순위는 쉴새없이 바뀐다.

20180125(동남아가상화폐)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지역이다. 동남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인도네시아에 있다. 바로 비트코인코아이디(Bitcoin.co.id)다. 거래금액이 하루 평균 5000만 달러지만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가입자는 1월 25일 현재 100만 명을 돌파했다. 베트남 역시 투자 열기가 인도네시아 못지 않다. 7000대의 채굴기기가 수입되고, 비트코인 ATM기가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유명 거래소 에 가장 많이 접속한 국가 5위 안에 베트남이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크립토컴페어(CryptoCompare)의 비트코인 거래량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가 과열되자 최근 이들 정부가 서둘러 선긋기에 나섰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는 지불 및 결제수단으로 암호화폐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암호화폐에 가장 친화적인 동남아시아 국가를 꼽자면 싱가포르와 태국이 아닐까 한다. 아시아 핀테크 허브를 지향하는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암호화폐를 규제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세계 2위 시장가치를 지닌 리플(Ripple)이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열었고, 블록체인 스타트업 텐엑스(TenX)는 코인 판매로 약 80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또 자전거 공유기업 오바이크(oBike)가 자체 코인인 오코인(oCoin)을 도입했으며, 암호화폐 전용 카페 두카투스가 지난해 12월 문을 열기도 했다. 태국 정부는 디지털생태계와 크립토핀테크 발전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거래까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필리핀은 지난달 1개월 거래량이 현재 6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3배 가량 늘어났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불허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결국 허용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월평균 거래량은 1900만 달러로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다.

이들 동남아 국가들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투기 문제와 거래소 역할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다단계 투자자 모집이나 불법자금세탁과 테러지원에 연루가 의심 되는 경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7년 거래량이 5억 링깃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최대규모의 거래소인 루노(Luno)는 돈세탁방지법과 세금신고사항을 위반혐의로 현재 모든 계좌가 몇 주째 동결된 상태다. 또 다른 거래소인 코인하코(Coinhako)는 신규 가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해외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간 거래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P2P 거래소인 로컬비트코인스(Localbitcoins), 레미타노(Remitano)의 거래 급증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자들이 시장 확대와 차익 거래를 바라보고 동남아시아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하지만 각 정부의 정책 차이와 불확실성, 수수료와 환율변동성, 외환송금의 용이성 등 투자 전에 따져봐야 할 요인들이 적지 않다. 반면에,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술 도입과 적용에는 이 지역이 보다 개방적,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가에서 더 큰 응용기회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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