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2월 22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라이빗뱅커(PB)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나 자격을 갖춰야할까. 사실 특별한 게 없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PB가 될 수 있다. PB도 금융회사의 인사 시스템에 따라 특정 부서에 할당된 인력이라고 보면 된다.그럼에도 개별 PB가 어떤 자질과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같은 회사 PB들 중에서도 특정 분야에 뛰어난 PB가 있다. 채권 혹은 주식에 강한 PB, 부동산과 세무에 능통한 PB, 또는 사람관리에 능한 PB 등이 존재한다.
이는 갈고 닦거나 특별한 트레이닝을 거쳐 탄생하는 자질이 아니다. PB로 배치 되기 이전 어떤 부서에서 커리어를 쌓았는지가 결정적인 변수일 뿐이다.
그중 가장 높은 능력치로 인정받는 게 사람관리 능력이다. 고객과 골프도 즐겁게 치고 가족 경조사까지 챙기면서 흔히 재밌게 놀아주는(?) PB가 돈도 잘 끌어 모은다. 이런 PB들은 운용자산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고객이 잘 떠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고객과 PB는 이미 친구의 반열에 오른다.
우리나라 PB 비즈니스의 한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 관리 잘하는 PB에 대해 부러움과 동시에 PB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게 아니냐는 조롱 섞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금융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수익을 끌어 올리는 데도 무능하지만 사람관리만 잘하는 PB에 대해 수군거릴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이 바닥도 좁다.
"지난 5년간, 아니 우리나라에 PB라는 콘셉트가 도입된 이후 모든 금융회사 PB들의 고객 손실률을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잘 나간다는 PB 대부분의 고객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것입니다"
시중은행 PB의 솔직한 고백이다. 조금씩 벌다가 한번에 왕창 깨먹어도 고객들은 PB와의 '정' 때문에 떠나지 않은 것일뿐 말 그대로 '속빈 강정'이 허다하다.
고객의 잘못도 있다. 이미 처음부터 같이 놀아줄 PB에 만족한 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PB 서비스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 고객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대개 화려한 PB센터에 입장을 하면 어떤 자질과 능력치를 가졌는지 잘 모르는 할당된(?) PB가 고객 앞에 앉고 그로부터 그 PB와의 인연은 이어진다. 그리고 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PB 자신의 자산관리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 나간다. 이 정도면 고객 맞춤형이라기보다는 PB 맞춤형이다.
이건 어떨까. 고객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PB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A 은행 PB센터가 채권과 주식, 부동산, 세무 등 각 분야에 특화된 PB를 각각 갖춰놓고 고객이 필요한 PB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물론 같은 은행 다른 PB센터의 전문 PB도 불러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PB를 고르게 된다. 내가 필요한 분야에 정통한 PB를 선택한다. 머릿속 장바구니에 여러 PB를 담아놓고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 해당 PB를 꺼내 활용한다.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하는 금융회사들이 줄기차게 외치는 것이 고객 맞춤형이다. 하지만 자산관리 사업의 첨병인 PB와의 첫 만남은 기성복을 입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놨다. 진정한 맞춤형은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다. 쇼핑하듯 PB도 원하는대로 그리고 원하는만큼 고를 수 있는 시대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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