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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등급 방어 실패…차환보다는 상환 [영구채 콜옵션 만기 폭탄]③국내외 신용도 훼손, 실적 회복이 우선…신종자본증권 효용 감소

이길용 기자공개 2018-03-07 14:47:17

[편집자주]

2013년과 2015년, 국내 대기업들은 재무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대거 발행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았지만, '콜옵션'에 붙은 스텝업 조항은 경제적 실질을 '부채'로 돌려놓았다. 2018년 콜옵션 만기가 대거 도래한다. 평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환이나 차환이 불가피하지만,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영구채 상환 부담에 휩싸인 기업의 대처법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6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은 영구채 붐이 불었던 2013년을 마지막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신용도를 방어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영구채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규모가 충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수천억 자본 확충만으로 신용도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엇다. 신용등급 방어라는 효용을 잃은 이상 영구채 차환보다는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로 현금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3년 11월 27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2012년부터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인수 등으로 재무부담이 급증하면서 등급 강등을 경고했고 롯데쇼핑도 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1년여간의 장고 끝에 영구채를 찍기로 결정했다.

2013년에는 대기업들의 영구채 발행 러시가 진행됐다. 대부분 등급 강등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 그해 6월에 SK텔레콤, 포스코, 대한항공이 총 1조 61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8월에는 포스코에너지가 500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쇼핑은 2013년 발행사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영구채 발행을 타진했다.

롯데쇼핑은 당초 30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원하는 수준의 수요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영구채는 보험사와 공제회 위주로 투자자 풀(Pool)이 구성돼 있는데 2조원이 넘는 영구채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롯데쇼핑은 충분한 주문을 확보하지 못했다. 증권사가 1000억원을 인수해 유동화시키면서 발행 규모를 그나마 늘릴 수 있었다.

롯데쇼핑은 SK텔레콤과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영구채 발행액의 절반 정도를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을 대거 삽입했다. 콜옵션은 발행 후 5년 후에 있지만 스텝업(Step-Up)은 10년 후에 100bp 폭으로 한 번만 하기로 했다. 자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자 지급 임의성 요건도 삽입했는데 이로 인해 700억원 어치를 투자하려고 했던 메리츠종금증권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롯데쇼핑 영구채 투자를 부결시키기도 했다.

발행 타이밍을 실기하면서 롯데쇼핑은 영구채를 발행하고도 신용도를 지키는데 실패했다. 당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쇼핑이 1조원 수준의 자본을 확충해야 등급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본확충이 1350억원 수준에 그치면서 글로벌 신용등급은 꾸준히 하락했다.

영구채 발행 당시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는 각각 Baa1(부정적)과 BBB+(부정적)으로 등급을 평정했다. 5일 현재 등급은 Baa3(안정적)과 BBB-(안정적)이다. 국내 신용등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모두 '부정적'을 달았다.

롯데쇼핑의 신용도 저하는 실적 악화가 주범이다. 2013년 1조 4853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2580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국내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 롯데마트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의 중심에 서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주요 재무지표

2013년 발행된 대부분의 영구채는 등급을 방어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데 롯데쇼핑은 이미 영구채로 등급을 지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자본확충보다는 실적 회복이 신용도에 핵심이기 때문에 오는 11월 영구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롯데쇼핑 영구채는 스텝업의 경우 10년 후에 적용되기 때문에 올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4.723%의 이자율로 채권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등급 방어라는 영구채의 효용을 잃은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평판을 훼손시키는 일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은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가는 빅이슈어(BIg Issuer)이기 때문에 콜옵션 미행사로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만한 사건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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